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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41_EPA Artist_임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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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숲과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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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를 들어 올려라!

 자연예술가 '임동식'


 

얼마전 한국 자연미술의 선구자 임동식(林東植, b.1945-)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렸다. (<이끼를 들어 올리는 사람>, 2023년 9월 1일~ 10월 1일, 가나아트센터) 자연 현장 기반 퍼포먼스를 담은 회화 작품을 비롯해 자연미술의 지평을 넓혀 온 임동식 작가의 작업 세계를 톺아보는 전시이다. <이끼를 들어 올리는 사람>, <예술과 마을>, <친구가 권유한 풍경>, <비단장사 왕서방> 등 임동식의 주요 회화 연작을 통해 한국 실험 미술의 가능성은 물론 예술의 영역을 일상으로 확장하며 ‘일상 속 예술’의 아름다운 경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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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사진, 최연하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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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사진, 최연하 촬영

 


"우리는 풀포기의 떨림에서부터 여치의 울음, 개구리의 합창, 새, 물고기, 나무결에 스치는 바람소리, 밤하늘의 별빛, 봄의 꽃, 여름의 열기, 가을의 드맑고 높은 하늘, 겨울의 차디찬 기온은 물론 인간이 갖는 모든 동작과 응시, 심리적 문제, 다각적인 면에서 생생하게 부딪치는 모든 현실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작업의 대상임을 밝히며…" -임동식, 「‘야투(野投)’ 야외현장미술연구회 창립에 관하여」 中, 1981

 

 

2_함께 배치_1991년 여름 금강에서의 국제자연미술전에서 임동식의 야외 퍼포먼스 ‘이끼’의 사진 (이미지 제공_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jpg

 1991년 여름 《금강에서의 국제자연미술전》, 임동식의 야외 퍼포먼스 <이끼>의 사진, ⓒRim Dongsik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임동식은 1991년 여름 《금강에서의 국제자연미술전》에서 이끼를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를 하며 자연과의 동화를 꾀했으며, 그 장면을 1993년부터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세폭화인 이 작품은 본래 가운데 패널 하나로 존재했으나 이끼를 들어 올리는 당시의 주변 상황을 담으려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양쪽에 패널이 추가되었다. 이는 행위의 주체인 작가 자신에서 자연 환경으로 관심의 대상이 확장되는 작업 경향을 보여준다. 이 작업에서 임동식은 퍼포먼스 당시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나체의 상태로 바꿔 그려, 마치 선사시대 어린아이들의 놀이처럼 보이게 하였으며, 이를 통해 가장 원초적인 자연에 도달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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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를 들어 올리는 사람, 1993, 2004, 2020, Oil on canvas, 218x122.5cm(3ea),  ⓒRim Dongsik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임동식은 1974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뒤 한국 현대미술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국미술청년작가회’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자연 현장 기반 퍼포먼스를 시작한다. 여과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을 표현하고자 자연 현장에 서기를 고집한 임동식은 1980년《금강현대미술제》를 개최하고 1981년 ‘야투(野投): 야외현장미술연구회’를 설립하는 등 자연과의 교류를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이어왔다. ‘들에서 내게로 던져 온다’, ‘들로 던진다’는 뜻의 ‘야투(野投)’는 그를 대표하는 활동이자 키워드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인간의 의지가 균형을 이루는 예술을 지향하는 것, 즉 ‘풀잎을 온몸에 동여매고 금강에 들어가 강물에 벗어 던지는 행위’를 하거나 ‘물속에 몸을 반쯤 담근 채 앉아 수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 등 온몸으로 자연과 호흡하는 행위는 <온몸에 풀 꽂고 걷기>와 <물보기 나보기> 등의 회화 작품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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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공주 금강에서의 <온몸에 풀 꽂고 걷기> 사진 , ⓒRim Dongsik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이 작품은 임동식이 1981년 《야투-야외현장미술연구회》 창립 야외전 당시 금강 변에 자란 풀잎으로 몸을 동여매고 백사장으로 걸어간 기억을 떠올리며 그린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임동식은 온몸에 풀을 꽂고 걸어가면서 생생하게 느꼈던 풀과 빗물의 촉감과 냄새, 자연과 동화된 몸짓을 통해 느꼈던 자유로움, 평온함 그리고 행복감에 대한 기억을 전달한다. 작가는 2023년 개작을 통해 본래 수풀에 가려져 있던 인물의 형태가 더 잘 드러나도록 해 작업에 당시의 현장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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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풀꽂고 걷기, 2016-2023, Oil on canvas, 182x227cm, ⓒRim Dongsik(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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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마을’을 통하여 

농사가 진정한 의미의 자연, 대지, 생태예술임을 선언함과 동시에 마을은 삶의 역사와 어우러진 살아있는 진실된 자연설치예술임을 널리 알린다.

임동식, 「예술과 마을 취지문」 中, 2001


임동식이 공주에서 진행한 또 다른 자연 미술 시리즈로《예술과 마을》이 있다. 10년간 독일 유학을 마치고 1990년에 귀국한 임동식은 공주 원골마을에 정착해 1993년부터《예술과 마을》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왔고, 자연 가운데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사상에 기반한 이 프로젝트는 예술과 농사가 다르지 않다고 보는 임동식의 ‘예즉농 농즉예(藝卽農 農卽藝)’ 미학에 따라 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경문화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임동식은 농민을 ‘위대한 자연생명예술가’라 칭하고, 호박을 심거나 고목에 난 구멍을 개울가의 돌로 막는 일 등 농촌의 일상적인 행위를 전시함으로써 온 마을이 즐기는 공동체 미술을 실현하고, 퍼포먼스를 삶의 체험으로 확장한다.《예술과 마을》은 2003년에 막을 내리지만, 그 정신은 마을의 농민 중 한 명인 ‘우평남’과의 협업으로 현재까지 이어지며 <자연예술가와 화가>, <친구가 권유한 풍경> 등 임동식의 다양한 시리즈가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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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넝쿨 이어보기, 2019-2020, Oil on canvas, 232x111cm, ⓒRim Dongsik(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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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토끼 되어 양구의 별빛 아래 서다 2, 2021-2023, Oil on canvas, 182 x 227cm, ⓒRim Dongsik(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자신의 고향땅에서 대지의 법칙을 읽고 땅이 지닌 형체와 식생에서 자연의 불가피성을 파악하며 현실의 삶과 밀접한 자연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미술을 일상 가까이로 확장하는 임동식 작가. 그의 작품은 삶의 근원에 대한 뜨거운 그리움,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사라지는 것, 자라나는 것, 창조하는 것과 하나 되고 싶고 벗하고 싶은 갈망으로 가득하다. 키우던 토끼의 죽음을 애도하며 스스로 토끼가 되어 토끼처럼 움직였다는 작가는,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의 지혜와 경험에 낮게 웅크려 바짝 다가선다. 바로 세계의 비밀이자 작품 탄생의 산실로 들어가는 열쇠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자기 삶을 펼치는 이끼를 발견해 하늘 높이 들어 올린 것도 이끼에서 ‘우주’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끼는 최초의 육상 식물로 생태계의 형성과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다른 생물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스스로 다른 동물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황폐한 땅에 맨 먼저 도착해 숨 쉬는 땅으로 일구는 이끼. 비를 저장해 생태계의 수분 조절에도 탁월한 역할을 한다. 지구촌이 전쟁과 화마에 휩싸이고, 자연이 자연스럽게 사라져 버리고, 종내 인간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금, 세상을 이롭게 하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이끼를 숭앙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이끼를 들어 올린 남자, 임동식의 작품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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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청양 장곡사 뒤뜰에서 촬영한 <자연에 눕기> 의 사진, 전시 자료 재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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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된 <자연에 눕기>, 전시 작품 재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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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함부르크 시립 공원에서 촬영한 <고개숙인 꽃에 대한 인사>의 사진, 전시 자료 재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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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된 <고개숙인 꽃에 대한 인사> , 전시 작품 재촬영


 

● 작가 소개


임동식 林東植 b. 1945

충남 연기군 남면 출생


학 력

1988독일 국립 함부르크미술대학 자유미술학과 졸업

1974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주요 개인전 (2010년 이후)

2023이끼를 들어올리는 사람, 임동식, 가나아트센터, 서울

2022임동식 동방소년 귀환기-방축리 풍경전, 박연문화관, 세종

2021사유의 경치 Ⅲ, 아트센터고마, 공주

제5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展: 임동식,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양구; DDP갤러리문, 서울

풍경의 단위, 스페이스몸미술관, 청주

2020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8 임동식 80년대 함부르크시절 드로잉에서부터 2018년 오늘까지, dtc갤러리, 대전

   고개숙인 꽃에 대한 인사 에디션 시리즈, 이미정갤러리, 공주

2017   임동식 에디션, 갤러리 닷, 대구

2016   임동식 초대전: 동방소년탐문기,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14   자연과 비단장사 왕서방, 갤러리 세솜, 창원

2013   사유의 경치 II, 이화익갤러리, 서울

2011   임동식 비단장사 왕서방, 이화익갤러리, 서울

2010   자연예술가와 화가, 스페이스 공명, 서울



#임동식 #자연예술가 #가나아트센터 #이끼를들어올리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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