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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포토아카이브
Cho-Dae Yeon | 조 대 연
Choi-Young Jin | 최 영 진
Curator’s Note
약속의 땅, 새만금 갯벌


새만금은 오래전에 약속했다.

북반구 끝의 시베리아에서 남반구의 호주나 뉴질랜드까지 이동하는 철새들에게 ‘쉼의 땅’을 약속했다. 그래서 한국어 발음 그대로, 새들이 알아보기 쉽게 ‘갯벌Getbol’로 표기했다. 물고기들에게는 마음껏 산란할 수 있도록 고요하고 풍요로운 생태를 유지해줬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누대로부터의 삶의 터전에서 평화롭게 잘 살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주었다. 한편 바다를 막아야 영화를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꿈과 희망의 우리 새 땅,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앞선 세 개의 약속이 무형으로 오랫동안 전승되고 확산되며 모두가 지켜야 할 삶의 윤리가 되었다면 마지막 새만금 신공항 건설 약속은 최근에 등장한 것으로, 약속의 상호 주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분명 철새와 물고기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새만금 간척 사업 홍보관에 들어가 보았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호남평야를 가로지르는 만경과 동진강의 하구를 간척하여 새로운 땅을 만드는 사업입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을 통해 얻은 간척부지는 산업단지, 신도시, 관광지, 농업용지 등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간척지를 만들기 위해 군산 비응도에서 고군산군도 야미도와 신시도를 거쳐 부안까지 바다를 막아 33.9km의 방조제를 쌓았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습니다. 새만금은 우리나라 최대의 간척사업으로 1987년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무려 36년 동안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중 지난 2010년 드디어 19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새해를 가로지르는 왕복 4차선 새만금 방조제 도로가 준공되었습니다.… ”

새만금 방조제 준공을 기념해 2012년에 개관한 새만금 홍보관에서 볼 수 있는 문구다. 홍보관에는 새만금의 비전과 전략, 대표 사업 계획이 전시되어 있고 ‘전망대’도 갖추고 있다. 또한 <정감록>에 ‘새만금이 새로운 천년 도읍이 될 것이라’는 예언도 보여준다. ‘고군산군도의 물이 300리 밖으로 물러나면 이곳이 도읍이 된다는 설’이다. ‘바다가 육지가 되면’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생긴다면 그때 도읍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가설의 가설일 뿐이다. 즉 그런 일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새만금’이라는 이름을 볼 때마다 ‘새롭다’와 ‘금은보화’ 등의 의미들이 떠오른다. 거기에 지난여름 뜨거운 화제였던 ‘잼버리’로 이어진다. 위 홍보관의 소개문에서 알 수 있듯,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이한 일들이 새만금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기에 새만금은 우리 땅이 아닌 남의 나라 일처럼 흉흉한 소문의 고장이었다. 다행히 지난해 개봉한 영화 <수라>가 새만금의 정체를 드러내며, 그 땅을 다시, 세세히! 들여다볼 것을 강권한다.

‘에코포토아카이브’에서는 새만금 지역을 오랫동안 기록한 조대연, 최영진 작가의 사진을 열람할 수 있다. 최영진 작가는 끝물막이공사 전, 후를 촘촘히 기록했다. 20년 넘게 이어지는 최영진 작가의 새만금 기록을 통해 새만금의 변화양상을 확연히 확인할 수 있다. 조대연 작가는 2006년 이후 새만금을 에워싼 마을 사람들의 생태에 주목해 사람의 땅 새만금을 조명한다.

새만금갯벌은 ‘흰발농게를 비롯한 황새, 저어새, 큰뒷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 물수리, 매…’ 등 새들과 물고기들에게 한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들의 약속을 알아챈 갯벌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생명의 서식지를 보존하기 위해 여전히 사투하고, ‘바다가 육지’이길 바라는 사람들은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새만금을 기록한 사진을 보며, 바다로부터 온 뭍생명들은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바다의 약속에 응답할 시간이다. (기획 : 최연하)






아름답고 슬픈 풍경 “새만금”


새만금 사업은 국토 개발이라는 명문 하에 사업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무수한 이슈를 양산하고 있다. 나는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반면 인간에 의해 변할 수밖에 없는 바다와 땅의 모습을 통해 새만금을 둘러싼 우리 시대의 풍경을 살피려고 했다. 이 땅을 지배하는 인간의 생각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더라도 자연, 환경은 그대로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남긴 파괴의 흔적은 슬프고 처연하게 우리의 땅에 스며들고 있었다. (조대연)


이 땅의 서쪽바다는 동고서저의 지형 형태를 지니고 있어, 대부분의 강 하구는 바다와 만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지인 갯벌이 생성되어 드넓게 펼쳐지게 되었다. 생명을 만들고 키워내는 한없이 드넓고 풍요로운 바다는 아름다움을 끝없이 연출해내고, 죽지도 멈추지도 않는 신비한 물로 가득했다. 언제부터인가 개발주의에 길들여진 인간들은 파라다이스 같은 넉넉한 바다에 선을 긋고,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틀어막기 시작했다.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 배를 가르듯이… 시간이 흐르며 뻘은 매말라 갈라지고, 그 속에 감추어진 생명체들은 불 속에 타들어 가듯이 최후의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최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