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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39_EPA Artist_박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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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숲과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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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밥을 마는 사진가, 박종호의 태백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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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박종호, 나목006, 2022_3


 

태백(太白)의 사진가, 박종호는 매일 어김없이 김밥을 말고 사진을 찍는다. 분주한 점심엔 자신이 운영하는 김밥집에서 일하고, 사진찍기에 좋은 시간인 아침과 저녁에는 태백시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는다. ‘김밥’과 ‘사진’은 박종호 작가에게 일용(日用)한 양식인 것이다. 매일 루틴하게 실행해야 하는 삶의 양식(樣式)이고, 어느새 그의 사진 작품 속으로 맑게 스며들었다. 사진은 작가의 모습이 투영될 때 맑아진다. 찍은 사람의 눈빛과 마음 빛이 보이는 사진, 그런 사진은 맑을 수밖에 없다. 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오직 사진 그 자체! 박종호 작가가 태백을 촬영한 사진들이 그러하고, 이번에 전시하는 <나목(裸木)> 시리즈도 참 맑고 깊다.


 

필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박종호 작가를 알았다. 박종호 작가는 거의 매일 페이스 북에 사진을 올린다. ‘태백의 숲, 나무, 고랭지 채소밭을 비롯해 관광 명소, 태백 시가지 풍경, 태백의 일상…’ 등 다양하고 다채로운 사진이다. 특별히 그의 사진 중에서, 지난겨울 폭설에 빛나는 태백산의 능선은 압권이었다. 태백(太白)이라는 이름처럼 크고 밝은 산이 유장하게 흐르는 사진. 풍경 사진은 풍경 속에서 삶을 사는 사람이 제일 잘 찍을 수 있다. 매일 보고, 길게 보고, 유심히 보고, 다시 보는 사람에게 풍경은 자신의 내밀한 사연을 전해준다. 사진 속 풍경과 함께 깨어나고 잠이 들고 꿈을 꾸고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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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_ 박종호, 나목010, 2020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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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_ 박종호, 나목008, 2021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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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_ 박종호, 나목009, 2020_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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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_ 박종호, 나목011, 2021_2   

 

박종호 작가의 개인전, <나목(裸木)>이 8월 21일(월) 오늘 태백에서 열린다. 흑백 사진 속에 담긴 겨울나무가 갈치 피부처럼 반짝인다. 단순하고 단단하고 담백한 작품들이다. 그간 박종호가 보여준 채도가 높고 컬러감이 풍부한 사진과는 달리 깊은 톤(tone)과 적막한 고요가 겨울의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   


      “어린 시절, 동네의 작은 언덕에 아름드리 나무가 있었다. 언제인지, 벼락을 맞아 나무는 속이 불에 타서 크게 패였다. 시커멓게 그슬린 채 

       나뭇가지만을 가지고 서 있는 그 나무는 황량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무는 이듬해 새잎을 틔우고 잎이 무성해지며 활기를 찾았다.(…) 

       살아있는 듯 보이나, 죽어있는 나무도 있다. 고착화되고 고정되어 죽어가는 나무를 ‘고목’이라 부른다. (…) 추운 겨울에는 나목(裸木)과 고목의 모습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봄이면, 나목은 찬란한 봄을 준비하고, 고목은 앙상한 채로 있다. 나목(裸木)의 삶과 고목의 삶.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은 언뜻 보기에 쉽게 구분할 수 없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땅에 깊게 내린 나무의 뿌리를 보지 못하고, 그저 땅 위의 나무와 가지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결국 매일매일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지는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다. (…) 일상을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기다림을 가슴에 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다림은 희망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조용히 준비하는 것이다. 

       언젠가 다가올 그 봄을 말이다.” <나목>, 박종호 작가 노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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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_ 박종호, 나목012, 2022_2   

 

 

태백의 사진작가, 박종호는 매일 사진을 찍고, 김밥을 말며 다시 봄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봄은 어떠할까? 태백 사랑, 박종호 작가와 인터뷰를 하며 작가의 세계를 엿본다. 


Q)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1981년) 카메라샵을 운영했습니다. 그때 사진가(주동호, 이석필, 엄상빈 선생님 등)들과의 사진 교감을 통해 사진을 시작하게 되어 현재까지 왔습니다. 벌써 40년이 되었네요. 그러다 첫 개인전을 1991년도에 인사동에서 하게 됩니다. 


 

Q) 사진의 주제가 주로 “태백”인데요. 어떤 매력이 있는 곳인가요?

A) 태백은 백두대간의 중심이면서 역사적, 지리적으로 중요한 지역입니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이기도 합니다. 태백산은 시각적으로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지만, 완만한 곡선을 타고 뻗어나가는 모습이 마치 어머니의 품같이 느껴집니다. 민족의 영산으로서 영적인 의미가 담겨있으니, 그 자체로 매력이죠. 


 

Q) “태백, 이곳만은 꼭 지키자”, 어디(무엇)를 꼽을 수 있나요?

A) 소위 ‘친환경’이라 불리는, 풍력 발전 설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서 산림 훼손은 물론 시각적인 공해와 소음공해가 심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랍니다. 태백산을 비롯해 함백산과 대덕산, 금대봉 등 국립공원과 그 근접 지역에 풍력 발전 설비가 더 이상 들어서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Q) 주로 태백의 풍경과 나무를 중심으로 촬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주제가 궁금합니다. 

A) 지금까지는 태백의 아름다운 풍경과 나무 중심으로 작업을 하였지만, 앞으로는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생태환경을 주제로 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Q) 사진 촬영 시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혹은 자신의 사진 철학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기교를 부리지 않고 자연의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유명한 촬영지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관심 가지지 않는 장소와 주제를 나만의 생각으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Q) 생업과 창작 활동을 어떻게 병행하는지 궁금합니다.

A) 생계유지로 인해 사진 촬영을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하는 동안에는 머릿속으로 구상을 하고, 시간이 될 때마다 촬영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글, 인터뷰 / EPA 최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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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_ 박종호,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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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_ 박종호, 태백산



박종호(朴鍾浩, Park Jongho) 


개인전

2023, <裸木>, 태백 철암탄광역사촌 갤러리

1991, <빛과 그림자>, 그림마당 민, 서울


기획 & 그룹전

2015, <율&결>, 박종호&박노철 2인전, 태백 철암탄광역사촌 박물관 갤러리

2014, <한국의 근대문화유산 철암역>, 태백 철암탄광역사촌 박물관              

2010, <동강 국제사진제 강원도 사진가 초대전>, 동강 사진박물관            

2006, <태백풍경>, 태백 석탄박물관, 강원랜드호텔

2004, <강원의 산하 사진공모대전 수상작가 초대전>, 춘천예술마당 아트플라자



#박종호 #태백 #나무 #숲과나눔 #에코포토아카이브 #에파진 #EPAZINE

       

#박종호개인전, <나목(裸木)>은 2023년 8월 21일(월)부터 27일(일)까지 태백 철암탄광역사촌 갤러리에서 열립니다.  

#박종호 작가의 사진작품은 에코포토아카이브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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