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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29_EPA Artist 김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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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숲과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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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지는 것들을 향한 엘레지, 김언지 작가의 “숨,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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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언지, 숨  결1, 114x114cm, negative film,pigment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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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언지, 숨  결2, 70cmx70cm,negative film, pigment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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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언지, 숨  결10, 70cmx70cm,negative film, pigment print


 

김언지 작가의 <숨-결> 연작에는 나무와 하늘과 구름과 바다가 등장한다. 작가와 나무, 하늘, 구름, 바다-풍경의 ‘아름다운 마주침’이 <숨-결>의 주요한 골자이다. 사진 속 나무와 하늘과 구름과 바다는 작가 앞에서 흔들리고 있었고 풍경을 바라보는 작가는 그들과의 내밀한(intimate) 접촉을 시도한다. 사진을 촬영하는 일이 대상-풍경과의 교감을 전제할 때, 열린 문(shutter)으로 공기가 들어 왔다가 나가며 빈 방(camera)에 어떤 기운이 스며들어 ‘무늬’를 형성하는 것 즉, 둘의 마주침이 공명하며 사진을 찍고 사진 속으로 들어오는 일은 존재론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작가와 풍경이 마주쳐 공진한 것이 사진이고, 서로의 ‘숨결’로 이어져 작가만이 경험한 유일무이한 고유성으로 풍경은 존재한다. <숨-결> 연작이 희미하게 아름답고 슬픈 까닭도 풍경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작가)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바로 아름답고 슬픈 시간 때문이다. 


 

사진 속에서 숨 쉬는 나무들은 김언지 작가의 사진이 된 후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지거나 나무의 생을 마쳤다. 더는 “그” 나무가 서 있던 풍경을 볼 수 없다. 나무는 자기에게 주어진 장소에서 태어나고 살고 죽는다. 태어난 곳에서 살다 죽는 것이 나무의 운명이다.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아주 먼 곳으로 이주하기도 하지만) 작가는 나무가 서 있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다가갔다가 나무 주위로 경관이 크게, 빠르게, 바뀌더니 급기야 나무들이 쓰러지거나 파헤쳐지고 사라지는 모습을 목도 한다. 이 사진들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나무들과의 마지막 기념사진이자 생을 다할 무렵 나무의 혼이 공중으로 퍼져 올라가는 나무의 영정사진이다. 그러므로 김언지 작가의 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니고, 그 나뭇잎 하나하나 모두 사소한 것일 수 없는, 작가가 절실하게 다가가 그리워하고 보존하고 싶은 대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작가 자신일 수도 있고, 작가의 병든 엄마의 모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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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언지, 숨  결5, 70cmx70cm,negative film, pigment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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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언지, 숨  결6, 70cmx70cm,negative film, pigment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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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언지, 숨  결9, 70cmx70cm,negative film, pigment print


 

작가가 나무의 슬픔과 아픔에 다가가 하얀 천을 감아준 것은, 나무의 슬픔이 곧 자신의 아픔이기에, 천도의 제의와 기도의 마음이 동시에 일어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나무를 안고 어루만지고, 나무에게서 자기에게로 이어지는 하얀 끈(천, 붕대)을 통해 저 풍경(곧 사라질)과 나(미래 속에 있게 될) 사이의 존재론적 간극을 드러내 필멸하는 삶을 애도하는 몸짓. 그 방법으로 중형카메라를 사용해 흑백필름으로 장노출을 줘 촬영했다. ‘필름’은 나무의 삶을 사진 속에 좀 더 깊게 각인하기 위해 작가에게 문(shutter)을 오래 열어두라고 했다. 죽음의 시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사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매체가 있을까! 셔터가 열렸다 닫히며 사라지고 살아나는 사진, 오직 열린 셔터 사이로 빛과 공기, 숨결이 교통할 때만 삶의 시간이라 할 수 있는, 그래서 바르트도 셔터 소리에 경도됐으리라. 바르트에게 셔터 소리는 존재의 생생함이었고, 포즈(pose)는 존재의 죽은(갇힌) 형식에 다름이 아니었다. 포즈를 거부하고, 다만 자유롭고 정처 없이 흔들리는 사진 속 나무들은, 그렇게 몸부림을 쳐야 사진 속에서 계속 춤을 출 수 있을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해진 포즈를 거부하는 것은 ‘하늘’과 ‘바다’와 ‘구름’도 매한가지다. 바람과 온도의 높낮이가 달라질 때마다 혹은 아침, 점심, 저녁, 봄, 여름 가을, 겨울… 똑같은 하늘과 바다와 구름은 없었다. 김언지 작가가 ‘나무’에서 ‘하늘과 구름’과 ‘바다’의 풍경으로 계속 시선을 이동한 것도 무상함의 진리를 드러내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언젠가는 필멸할 수밖에 없는 존재에 대한 엘레지가 하얗게, 뿌옇게, 눈부시게 사진 속에서 가득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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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언지, 숨  결11, 70cmx70cm,negative film, pigment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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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언지, 숨  결13, 70cmx70cm,negative film, pigment print

 

 

 

김언지 작가의 <숨-결> 연작은 곧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어둑해지는 시간대에 탄생했다. 장시간 노출이 필요해 겨우 1~2컷 정도만 찍을 수 있었다. 빛이 물러가고 어둠이 몰려오는 시간, 그 시간은 작가가 풍경과 격렬하게 맞부딪치는 생생한 사랑의 시간이다. ‘숨’은 공기(空氣)가 안팎으로 드나드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혹은 그 자리에 감도는 기분이나 분위기를 일컫는다. ‘결’은 숨이 만들어낸 무늬이다. 숨이 거칠면 결이 성기고 굵을 것이고 고우면 잔잔하고 규칙적인 무늬가 생긴다. 숨결은 숨을 쉴 때의 상태, 결은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를 뜻하는 명사로 볼 수 있다. 김언지 작가가 촬영한 서해의 풍경은 유독 부드럽고 연한 결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작가가 이미 그러한 것처럼,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바다는 스스로 풍경이 되어 작가와 풍경 속에서 공명하고 있었다.  (글 : 최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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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언지, 숨  결20, 110x110cm, negative film,pigment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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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언지, 숨  결21, 160x90cm, negative film, pigment print

 


 

#김언지 #숨결 #에코포토아카이브 #나무 #구름 #하늘 #바다



작가 소개 : 김언지 작가는 중앙대학교 CCP에서 사진학을 전공한 후, 세 번의 개인전(2018년, 2019년, 2022년)을 통해 흑백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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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지 작가, 2019년에 열린 YTN갤러리 초대전, 전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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