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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24_EPA Artist <빛을 캐는 광부 사진가, 전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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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숲과나눔

본문

 

어둡고 캄캄할수록, 빛나는 사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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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작가

 

 

지난 10월 26일 경북 봉화 소천면 서천리 아연광산 지하 갱도에서 토사가 쏟아져 작업하던 광부 7명이 지하에 매몰된 사고가 있었다. 5명은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업체 측 자체구조대가 구했으나 작업반장과 작업보조자 2명은 221시간 만인 지난 4일 오후 11시 3분 가까스로 구조되었다. 광부의 생환 소식에 온 국민의 안도와 기쁨이 이어졌다. 이 사고는 이태원 참사와 일주일 새 함께 일어나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웹진에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기에) 탄광촌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 캄캄할 수밖에 없어 광부 사진가 전제훈 작가를 만났다. 작가의 사진 작업에서 탄광촌의 현실과 갱도 내에서의 숨 막히는 노동의 현장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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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시리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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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시리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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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시리즈에서

 

광부이자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전제훈은 강원도 도계에 있는 경동 탄광에서 갱내 화약 관리기사로 일하고 있다. 1981년에 강원대학교에서 자원공학을 전공한 후 (지금은 ‘자원공학’ 전공학과가 거의 없지만, 7~80년대 석탄산업이 호황을 이루던 시기에는 굉장히 인기가 높은 학과였다고 한다.) 태백의 ‘함태’ 탄광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탄광에서 일한다. 직접 탄을 캐지는 않지만, 광부들과 똑같이 같은 시간에 ‘입갱(入坑)’하고 같은 시간에 ‘퇴갱(退坑)’ 한다고. 작가와 전화 인터뷰를 한 날은 ‘을’반(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근무, 탄광이 생기던 6~70년대 방식 그대로 갑, 을, 병으로 나뉘어 3교대로 노동한다고 했다.) 근무라서 통화가 쉽지 않았다. 아래는 쉬는 시간에 가까스로 연결된 통화 내용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중 일부를 옮긴 것이다.   


Q. 탄광에서 일하게 된 배경, 사진을 시작한 배경 등, 궁금하다.  

A. “대학 졸업 당시엔 석유 개발(제7광구) 쪽으로 관심을 갖었는데, 어쩌다 보니 탄광에서 40년 넘게 일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의 정식 직함은 갱내 ‘화약 관리기사’다. 갱내서 탄을 캐려면 ‘발파’ 작업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필요한 화약류를 관리하는 것이 나의 업무이다.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갱내 ‘막장 안전 순회 업무’도 한다. 순회 도중 위험 사항 발견 시 사진으로 기록하고, 보고하고, 시정 권고하기도 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이 일도 2년 후엔 할 수 없다. 올해 3월 노사정 협의로 2023년부터 차례로 문을 닫기로 했으니, 2025년이면 우리나라 탄광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사진은 회사 선배의 권유로, 1985년 태백의 ‘한밝사진동아리’에 가입하면서부터 시작했다. 집에 암실을 차려 책을 보며 독학으로 ‘현상, 인화’를 배웠다. 그때는 주로 막장에서 일하는 광부 사진을 주로 찍었다. 지금은 직책이 ‘화약 기사’이지만 처음엔 ‘채탄보안계원’으로 근무했다. 80년대 초, 탄광에서 보안계원은 광부들의 생명과 돈을 책임지는 권한이 있어서, 아무래도 사진 작업을 하기에 수월했던 것 같다. (…) 퇴직할 때까지 탄광 기록사진을 많이 남기고 싶다. 물론 퇴직하면 폐광 사진 기록도 할 것이다. 요즘엔 전남 화순탄광을 시간 날 때마다 가서 기록한다. 화순탄광은 내년(2023년)에 폐광된다. 지난해 화순에서 사진 전시를 할 때, 노동조합의 도움으로 많은 관객이 다녀갔고, 덕분에 화순탄광에 가면 사진 촬영시에 협조를 잘 해주는 편이다. 요즘 작업하는 ‘마지막 광부들’이란 주제에 화순탄광 광부들 포트레이트 사진도 많이 담고 있다. 


Q. 지난 10월 26일에 발생한 경북 봉화 소천면 서천리 아연광산 지하 갱도 사고의 원인을 알 수 있을지.

A. (예전에는) 탄광 사고가 빈번했다. ‘갱내 지주(坑內支柱)’를 나무 동발로 설치하여 붕락(낙반) 사고가 잦았다. 지금은 ‘철재 아이빔’ 지주로 바뀌어 그런 대형 사고는 거의 없다. 며칠 전 봉화 아연광산 사고는 ‘무 동발 채광’으로 갱내 규모가 커서, 그런 붕락(낙반)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젊었던 시절 갱내에서 난 인사사고로 탄광을 그만둔 적이 있다. (다시 돌아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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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시리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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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시리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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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시리즈에서


 

 

“내 작업은 내부자의 입장에서 기록한 탄광 산업의 마지막 흔적들로, 검은 땀을 흘리던 광부 세대의 숭고한 삶이 모습이다. 

산업화의 원동력이었던 석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엔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나에게 운명이자 행운이다. … 

탄광이 첫 직장인 사람들이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깊은 탄광 속에 묻혀 살던 사람들의 모습이 이제 세상 밖으로 드러나야 하고 

우리의 삶은 충분히 기록되어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 ” (전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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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시리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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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시리즈에서

 

 

광부 사진가 전제훈은 본인의 삶의 터전이자 일터가 사진의 주제이자 핵심이다. 광부가 광부를 찍은 것이다. 더러 탄광촌과 광부의 삶을 기록한 사진가는 있었지만,  광부인 사진가는 없었다. 전제훈의 사진에서 날것 그대로의 작업 현장이 묻은 기록의 생생한 묵직함을 봤다면 그것은 막장에서 40여 년 넘게 광부로 일하며 촬영한 노동의 힘이 전달된 것이다. 숨 막힐 듯 깊고, 어두운 막장에서 길어 올린 이 사진들이 빛나는 이유이다. 


광부의 삶은 뭇 예술가들의 좋은 소제가 되기도 했다. 갱도 바깥에서 접근한 시선이 광부와 탄광촌이 처한 상황과 모순에 대해 다소 서정적인 접근 방식을 보였다면, 전제훈의 사진은 미화된 서정주의가 아니라 현장의 예리한 시각으로 ‘그곳에 그렇게 있을 수 밖에 없는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담아낸다. 확실히 삶의 현장에서 작업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사진이고 내용이고 시각이고 형식이다. 상상력이 전혀 개입하지 않은 삶 자체가 사진이고 노동이었던 것. 그래서 더욱 뭉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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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탄광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건 일제강점기 때라고 한다. 1920년대에 삼척 도계읍에 탄광이 개발된 이후 강원도 곳곳에 탄광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삼척이 험준한 산악지형이라 수송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이 지역에 탄광을 개발한 건 묵호항이 가까워 일본으로의 운송이 용이 했기 때문이라고. 한국 전쟁 이후 연탄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탄광업도 발달했다. 정선군 사북을 시작으로 태백시의 장성동,  황지동, 철암동, 삼척시의 도계읍, 강릉시의 옥계읍 등 탄광업은 지역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갱도에서 벌어진 서건, 사고와 탄광촌을 둘러싼 애환, 아픈 현실과 온갖 모순과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광산과 광부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제도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기도 했다. 전제훈 작가는 광산촌과 광부의 삶의 현장을 온몸, 온맘으로 부딪히며 노동하듯 촬영했다. 작가가 사진으로 기록한 탄광 작업은 폐광을 하더라도 뜨거운 기록-연료를 화석처럼 품게 될 것이다. (글, 정리 : EPA 최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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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김남용, 경력 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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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훈,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신동현, 경력 15년 



▶ 작가소개


전제훈(Jeon Jehun)

1983년 자원공학을 전공 후 ‘함태’탄광을 시작으로. 광부로만 30년 넘게 ‘갱내 화약관리 기사’로 일하고 있다.


2016년 은하수사진전 <Starry Night & Millky Way>를 시작으로 ‘태백산의 밤풍경’을 담아 개인전 <한배검>을 전시하였고, 2017 <동강국제사진제>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작업 현장에서 기록한 ‘탄광’사진을 본격적으로 발표해왔다.

2017년 ‘강원 레지던시 흐르는 땅’에 참여해 광부사진전 <Black Mascara>를 발표했다. 2018년에 <강원국제비엔날레>와 <동강국제사진제>에 참여했다.

2019년 강원국제예술제 특별전, <지난 바람과 연이은 볕>에 ‘검은 영웅들’이란 주제로 전시했고, 광부를 주제로 한 개인전으로 <광부1 검은 영웅들>(2019), <광부2, (광부의 몸 기록자의 마음)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2020), <빛을 캐는 광부>(2021, 서울 금보성미술관), <광부 4-묻히지 않은 기억>(2022, 태백 석탄박물관) 열었다. 2021년 우리나라 ‘무연탄 4대 메카’인 경북 문경, 충남 보령,전남 화순에서 <증산보국>이라는 타이틀로 광부사진전을 했다. 2022년에는 <동강국제사진축제, 강원도사진가전>에 참여하였으며 <제8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에 <마지막 광부들>이란 주제로 전시했다. 


출판

2019년, 사진집 광부1, 『검은 영웅들』

2020년, 사진집 광부2,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2021년,『경동 상동 광업소 기록집』

 

#전제훈 #광부사진가 #프로메테우스의후예들 #태백 #경동상덕광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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