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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_ZINE_21_EPA Artist_ <김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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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숲과나눔

본문

 

자연을 먹고 마시며, 자연이 예술이 되는,

자연 예술가, 김순임의 Nature in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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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김순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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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디피 광경_ 연밥위의 연잎, 참외껍질, 차와 커피물, 달걀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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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임, 20220704 Nature in Fo od_연잎밥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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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임, 0220704 Nature in Fo od_달걀껍질

 

그 많은 음식물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 설거지를 하며 곰곰이 생각한다. 수도꼭지를 틀며 이 물이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갈지, 수많은 쓰레기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가 될지 문득 궁금하다. 우리 일상에서 실제로 자연의 이동 경로를 눈으로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자연은 (인간에게) 안전한 방식으로, 효용가치가 높게 리셋 되어 도시인의 삶으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만일 자연이 날것으로 드러나면 (자연에 익숙한 자연인이 아닌 이상) 인간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불편해한다.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쓰레기에 관한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 ‘레오니아’라는 도시의 청소부들은 시민들에게 천사처럼 환영을 받는다고 한다. “도시는 (청소부들에 의해) 매일 새로워지면서 단 하나의 결정적인 형태로 스스로를 완전히 보존해 나갑니다. 바로 그저께의, 그리고 매달, 매년, 십 년 전의 쓰레기들 위에 쌓이는 어제의 쓰레기 더미의 형태로 말입니다.”1)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 옮김, <보이지 않는 도시들>, 민음사, 2007, p.149.

결국 ‘레오니아’는 쓰레기로 뒤덮인 ‘쓰레기 요새’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청소부가 없었던 시절, 아니 쓰레기라는 말을 몰랐을 옛사람들의 일상은 어땠을까? 짐작컨데 모든 자원이 선순환적인 시스템을 이루며 땅에서 인간으로, 하늘로,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리라. 마치 김순임 작가가 참외껍질과 달걀껍질, 음식부산물로 대지와 인간을 그리고 아름다운 꽃을 형상화하듯 모든 생명은 각자의 역할을 하고 스스로 작품이 되는 시간을 살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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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임, 20220412 Nature in Food_797 from the one oriental me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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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임_20181207 Nature in Food_Grape_트레이싱지에 포도껍질_72x60x4cm_2018 

 

 

 

김순임_20181209 Nature in Food_Sunflowers seed_트레이싱지에 해바라기씨_72x60x4cm_2018.jpg

 김순임_20181209 Nature in Food_Sunflowers seed_트레이싱지에 해바라기씨_72x60x4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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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임_20220704 Nature in Food_포도껍질_포도껍질_61x61x3cm_2022 


 

김순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OCI미술관 3층은 온갖 음식의 부산물로 채워져 있었다. 오디차부산물, 쑥차부산물, 귤껍질, 포도껍질 … 등이 작품의 소재(주제)가 되어 조명을 받아 ‘향기롭게’ 전시되어 있었다. 작품을 언뜻 보면 꽃 같고 우주 같고 만다라 같다. 대형 파노라마 작품 속 사람들은 대지의 호흡에 맞춰 꿈을 꾸고 있었고, 작은 참외씨가 담긴 작품은 태양이 되어 동그랗게 떠오른다. 계란껍질은 제 속에 품었던 생명의 시간을 낱낱이 기억하는 듯 온갖 몸짓을 선보인다. 김순임 작가의 <Nature in Food> 연작 중 압권은 <춤추는 미생물>이다.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아주 흥미롭다. 작가는 레지던시로 있었던 ‘유니스트’에서 ‘사이언스월든’이라는 커뮤니티에 접속하게 된다. (사이언스월든은 과학기술이 인문, 예술과 근대사회가 안고 있는 개인과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기 위한 참여 과학예술가들의 커뮤니티이며, 과학예술융합 노력의 집합체이다. 사이언스월든은 헨리데이빗 소로우의 월든과 행동주의 심리학자 B.F. 스키너의 공상소설 WALDEN TWO를 바탕으로 제3의 월든을 그리면서 만든 연구센터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2015년 센터가 시작되었으며, 주관연구기관은 유니스트이다. ‘사이언스월든 홈페이지 참조 http://sciencewalden.org’) 작가는 사이언스월든 안에 ‘과일집’이라는 연구소에서 미생물 분해 전문가들, 재활용하는 전문가들과 같이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과일집’은 ‘과’학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의 줄임말로 주거 공간과 실험실 공간이 공존하는 사이언스월든의 생활형 연구소로 사이언스월든이 만들고자하는 세상을 좀 더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김순임 작가는 미생물 분해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람 사는 게 꼭 미생물 같아 보였고, 자기가 먹는 음식이 곧 그 사람의 캐릭터가 아닐까’란 생각에 이르면서 폐기되는 음식의 부산물을 모아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료 작가들이 먹는 음식과 스스로 섭취하는 음식을 살펴보고, 먹고 버려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두거나 구경하면서 ‘그리거나 붙이거나’ 하다 보니 점점 쌓여 작업을 이루게 된 것이라고. 이를 지켜보던 사이언스월든의 과학자들도 매우 흥미로워했다는 후일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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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임_춤추는미생물01_한지, 물풀, 음식부산물_139x76x3cm 12점, 126x76x3cm 4점_201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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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임_춤추는미생물04_한지, 물풀, 음식부산물_139x76x3cm 12점, 126x76x3cm 4점_2019

 

 

작업의 전 과정은 인간-작가의 집약적인 노동으로 이뤄진다. 참외씨, 달걀껍질, 해바라기씨… 등을 일일이 캔버스에 붙인 후 보존력을 높이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해 만들어진 이미지다. 커피와 오디차, 복숭아와 고구마 등이 예술작품이 되면서 우리의 먹거리에서 무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우주에 공존하는 또 다른 개체로 음식(물)이 변화하는 순간이다. 김순임 작가는 <Nature in Food> 시리즈에 대해 이렇게 쓴다.   



“자연을 먹고 마시고”  


우리는 '생명'을 먹는다.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은 생명이거나, 생명이었거나, 생명이 될 것들, 스스로 되어진 것 즉 '자연'이다. 

도시 유목민들에게 음식은 욕망의 대상이자 충전의 대상이 되기 쉽다. 마치 생명 없이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들처럼 말이다. 

이는 음식이 밝은 조명과 광대한 선반, 전산시스템을 가진 (대형)마트를 통해 유통되는 것을 보고, 우리에게 왔을 때는 공산품인 듯 포장된 상태이거나, 

이미 조리된 용기 안의 물질을 섭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음식이 시각적으로 '생명성'을 드러냈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 이는 어쩌면 수 세기의 문명사회에서 생겨난 것일 테다. 

나는 이것에 의문을 느낀다.

나는 '생명'을 먹는 '생명'이고, 또 다른 '생명'에게 내 '생명'이 나눠질 것이다. (김순임, 작가노트)


“나는 '생명'을 먹는 '생명'이고, 또 다른 '생명'에게 내 '생명'이 나눠질 것이다.” 김순임 작가의 노트는 삶과 죽음, 예술과 생활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둥근 원처럼 순환하며 생명 네트워크를 형성함을 역설한다. 일상에서 사소하고(어쩌면 지저분하고) 미시적인 사물과 먹거리, 부산물을 통해 생명 네크워크를 보여주는 김순임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김순임 작가의 전시는 OCI미술관에서 8월 25일부터 9월 28일까지 열립니다. www.ocimuseum.org

 

#김순임 #SoonimKim #NatureinFood #OCI미술관 #사이언스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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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약력]


김순임 Soonim Kim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미술학부 조소과 학사


주요 개인전 

2022The Unknown Edible Beauty, OCI미술관, 서울

2020Sea-scape_다대포2020, 홍티아트센터, 부산

바다무지개, 규슈예문관, 치쿠고시, 일본

2018흐르는 이들의 숲, 상광9갤러리, 보장암국제예술촌, 타이페이, 대만

Leaves Leave, 관두미술관 ½Gallery, 타이페이 대만

Home+Farm/ 홈플러스농장 2017-2018,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안성

길이 된 사람들 2018, 발렌시아 갤러리, 인천

2017Moon on Lavoir_ Kim Soonim Screening Night, 인천아트플랫폼 G2, 인천

Nomad Nature, 갤러리노마드, 여수

꿈의 기억, 대안공간 듬, 인천

2016땅이 된 바다_굴땅, 인천아트플렛폼 야외, 인천

2014Kim Soonim 드로잉전, 가와고에 산바초갤러리, 도쿄, 일본

Residency to Move, 영은미술관, 경기 광주

2012길이 된 사람들 On the Road,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서울

나는 돌-I meet with stone, KAIST Research&Art, 서울

생 날 씨앗들, 대안공간 눈, 수원 외 다수


주요 수상 / 선정

2022OCI어게인 귀한인연

2017KAP-코리아 아티스트프로젝트 선정, 한국사립미술관협회

20107th ANNUAL ARTEBA - PETROBRAS VISUAL ARTS PRIZE, ArteBA 10,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2009/10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82차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서울시립미술관

2007Hello, Chelsea! 2007 final 11 selection, 35 Fine Art, NYC, USA

     ARTnPEOPLE 2007 신인작가 선정, 미술지 ARTnPEOPLE

2006/7 Freeman Asian Award Full Fellowship Winner, 프리멘파운데이션, 미국 버몬트 스튜디오센터 외 다수


주요 작품소장

서울시립미술관, 아뜰리에 터닝, 영은미술관, 오픈스페이스배, 인천문화재단,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KAIST Research&Art, AAAC (미국), AIR Vallauris Collection (프랑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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