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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14_EPA News_이상일 개인전, 메멘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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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숲과나눔

본문


이상일 개인전 <Mementomori>

 

“이것은 어둡고 슬픈 삶의 파편들이며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된 제도 폭력의 뒷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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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작가의 사진전 <메멘토 모리>가 ‘스페이스22’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의 타이틀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메멘토>로 친숙한? 용어이기도 하다. (죽음을 삶의 영역에서 추방하려는 현대 문화의 가벼움이 ‘메멘토’라는 말을 오히려 친숙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영화는 아내의 죽음 이후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주인공 레너드의 행위를 따라간다. 레너드는 15분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해 기억력 대용으로 몸에 직접 자신의 기억을 새기거나(문신) 폴라로이드 사진을 촬영한 후 사진 밑에 설명을 쓴다. “기억은 믿을 수 없어. 내가 믿는 건 기록뿐이야.”라고 말하며 모든 순간을 기록하지만 문제는 자기의 기록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록된 내용을 해독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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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기억이다”라는 카메라 회사 광고 카피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데 사진은 선명한 지도를 만들기에 ‘사진=기억’은 자동적으로 사진의 본질이 되었다. 사진을 찍는 일은 기억과 추억과 기념하는 행위로 이어지며 사진 존재론의 의미를 강화한다. 그런데 사진이 기억 작용을 방해하거나 희미하게, 아예 사라지게 할 때도 있다. 그건 우리가 사진을 보지 않을 때이다. 사진은, 아니 모든 이미지는 보는 사람에게만 ‘나타나기에’, 우리가 사진 보기를 멈춘다면 기억도 사라질 것이다. 마치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 레너드가 기억하기 위해 새긴 기록들이 망각에 봉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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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작가가 촬영한 ‘온산공단’이 40년이 지나 다시 전시되는 까닭을, 작가가 온산공단 작업에 ‘메멘토 모리’라고 타이틀을 붙인 이유를 생각한다. 사진의 에이도스가 ‘죽음’이라고 말한 롤랑바르트 이후에 사진은 줄곧 죽음에 비유되곤 했다. 사진 속에 찍힌 사람은 언젠가 필멸할 것이고, 사진을 찍자마자 그 순간은 과거로 편입되기에 사진은 죽음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관객이 사진 보기를 멈출 때, 사진은 사멸한다. 기억 작용을 위해 찍은 사진이 레테의 강으로 속절없이 흘러가 버리듯이 사진은 사라진다. 기억이 없으면 생각도 없다. 다만 현상만 아른거릴 뿐이다. 영화 <메멘토>의 래너드가 끝내 아무것도 해독하지 못한 것도 기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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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작가의 전시 <메멘토모리Mementomori>는 '그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생하게 불러온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온산사태’를 시커멓고 아득하게 보여준다. ‘그때 그 일’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온산병의 실체는 밝혀졌는지, 지금은 완전히 해결됐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시커먼 실체를 더듬어 보게 한다. 이상일 작가의 사진이 기이하고 섬뜩하고 무섭고 묘한 것은 우리가 목도한 진실이 자꾸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온산병을 똑똑히 메멘토해야 한다고, 우리 모두의 문제였고, 어딘가에서는 계속 발생하고 있으니 더욱 살펴봐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니 사진이 걸어오는 말에 귀 기울이고, 사진이 무엇을 보여주는지 헤아려야 한다.   (글 : EPA 최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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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2022년 6월 10일까지, 스페이스22에서 열린다. 

이상일 작가의 <메멘토모리Mementomori> 작품은 환경사진아카이브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에파진ISSUE1과 연계해서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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