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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13_EPA 한국 환경 이슈 <매향리(梅香里)에는 매화꽃이 있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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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숲과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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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13_EPA 한국 환경 이슈 <매향리(梅香里)에는 매화꽃이 있다? 없다!>

 

 

한국 환경 이슈 2 - 노순택 작가의 ‘고장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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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 <고장난 섬> 

 

 

경기도 화성군 우정면에 위치한 매향리(梅香里)는 전형적인 농어촌 마을이다. 남쪽으로는 아산만이, 북쪽으로는 남양만과 접해 있고 동쪽으로는 발안 읍내가 위치한다. 서쪽으로는 매우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과 함께 조류의 영향으로 넓은 간석지가 발달하여 왔다. 미공군 사격장 인근에 위치한 매향리 일대의 연안지역과 해안지역은 1951년부터 2005년까지 폭격 및 기총훈련이 실시되다가 2005년 8월 12일, 54년 만에 완전히 패쇄 되었다. 매향리 앞바다에는 본래 구비섬(구비도), 웃섬(웃도), 농섬(농도) 등의 섬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 형체만 간신히 남아있는 웃섬과 농섬의 일부만 존재한다. 사격장이 들어설 무렵 당시 매향리의 지명은 고온리(古溫里)였고, 폭격장의 명칭도 ‘고온리폭격장’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매향리 인근에서 ‘고온리’라는 지명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온리’의 영어식 표기인 ‘Ko-on ni'가 'Koon-ni'로 표기되며, 고온리사격장(Ko-on ni air range)이 ‘쿠니사격장’(Koon-ni air range)으로 불리어 지게 되었다고. 이 섬은 언제부터인가 사격훈련과 사진 찍에 좋은 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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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 <고장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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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 <고장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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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순택, <고장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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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순택, <고장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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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순택, <고장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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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 <고장난 섬>  

 

 

"우리 마을은 시끄럽습니다. 날마다 날아오는 비행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는 폭탄을 쏩니다. 그래서 창문이 흔들릴 때도 있습니다. 흔들리다가 깨질 때도 있습니다. 밤에 비행기가 날아오면 잠을 잘 못 잡니다. 텔레비전 소리도 잘 안 들릴 때가 많아요.(…)친구네 집에 갈 때도 빙 돌아서 가야합니다. 사격장 울타리 때문입니다. 울타리가 있어서 가고 싶은데도 못 갑니다. 미국은 왜 남의 나라에 와서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비행기는 자기 나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장주식 글, 김병하 그림,『그리운 매화향기』, 한겨레출판, 2001,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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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폭격장은 미군들에게는 매력적인? 곳이었다고 한다. 최신예 전투기와 공격용 헬기는 매향리, 이화리, 석천리 일대의 마을 상공을 저공 비행하다가 사격을 하고 다시 급상승하는 방법으로 행해졌다고. 폭격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일 평균 11시간 동안 20여 분 간격으로 이뤄졌으며 그 횟수만도 하루 새 600회가 넘었다고 하니 그곳에서 살아보지 않은 이상 현지인들의 고통을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 세월이 50년이다. 엄청난 일이 반세기 동안 일어났던 것이다. 피해자는 누구이고, 가해자는 누구인가? 매향리에서 주민운동이 자생적으로(외부의 지원도 있었지만) 일어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안전하게 살아야하는 주민들의 생명권은 심각하게 침해당했고(폭격장 설치 이후 이미 많은 주민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큰 문제로 부각 되었다. 뿐만아니라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주거권 또한 유린당한 것이다. 거기에 환경오염과 소음공해로 인한 피해까지 더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폭격장 인근의 마을에 쌓인 탄피와 불발탄처럼 산재해 있는 셈이다. 


 

2000년 매향리의 긴박했던 상황들을 타전하고 있는 노순택 작가의 <고장난 섬 Wrong Island>은 노순택 특유의 위트와 비꼬기를 볼 수 있는 작업이다. 그가 <얄읏한 공>에서도 시도했듯, 농섬을 ‘Wrong Island(뤙아이랜드, 롱섬)’으로 표기하며 악몽의 실체를 유머스럽게 드러내려 하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비극의 풍경이다. 특히 실재 폭격 현장을 담은 장면은 언뜻 한여름 밤의 불꽃놀이처럼 화려하지만, 날이 밝아 꿈에서 깨어나면 참혹한 현실이었음을 역설한다. (글 : EPA 최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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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순택, <고장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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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 <고장난 섬>   

  

<고장난 섬 Wrong Island> 


"헐벗은 섬이었다.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쉼 없이 이어진 폭격과 기총사격 탓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를 그랬으니 남아날 게 없는 건 당연했다.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농섬. ‘농’이라는 이름이, 잘못됐다는 뜻의 영어단어 ‘wrong’을 연상시킨다. 오산공군기지에서 낮게 날아오른 미7공군 소속 전투기들은 매향리 육상사격장의 목표물에 기총사격을 한 뒤 바다를 건너 농섬에 폭탄을 투하하는, 꿩 먹고 알 먹는 식의 훈련을 이어왔다. 인근에 주민들이 살고 있어서 실전과 같은 입체적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멀리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전투기들도 이곳을 즐겨 찾았다.

주민들은 불안과 우울,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가축들은 유산하기 일쑤였다. 미7공군 관할이지만, 운영과 관리는 세계적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이 맡아 왔다. 수십 년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무기들이 실험되었다고 주민들은 증언했다. 2000년 5월, 잘못된 포탄 투하로 인해 마을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가옥이 파손되는 사고가 났다. 주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폭격장 폐쇄운동에 돌입했다. 많은 이들이 다치고 연행되고 구속됐다. 끈질긴 저항운동 끝에 2005년 8월, 매향리 폭격장은 폐쇄됐다. 허나 끝이 아니었다. 주한미군은 한국 정부에 훈련소요량을 채우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 달라 겁박했다. 폐쇄가 아니라 이전이었다. 한국 정부는 군산 앞바다 ‘직도’를 내줬다. 그곳은 우리가 차마 다가가기 힘든 섬, 농섬처럼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곳,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려운 먼 섬이기에, 보는 눈이 많은 이 시대에 더 적합했을 것이다. “고장난 섬 농섬”엔 이제 폭음이 울리지 않는다. 물론 또 다른 ‘롱 아일랜드’는 온몸으로 폭격을 견디며 이 시간에도 고장 나고 있다. " (노순택 작가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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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 <고장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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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 <고장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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