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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10_EPA Artist <김정대 작가의 야생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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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숲과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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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10 EPA Artist <김정대 작가의 야생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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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우리를 바라본다.” 


식물(植物)은 동물(動物)과 달리 한곳에 고정하여 공기· 흙· 물에서 영양분을 섭취하여 살아가는 생물이다. 동물이 능동적인 움직임(動)을 통해 스스로 삶을 영위한다면 식물은 뿌리를 땅에 내려 일정한 곳에 근거지를 두고, 인위가 닿지 않는다면, 평생을 한곳에 머무른다. 자연이 주는 선물(햇볕, 바람, 물 등)만으로 생태적인 삶을 오롯하게 누리는 식물의 모습은 현 인류세(Anthropocene)의 대척점에서 상징적인 구원의 허파로 순한 기능을 하며 인류에게 오래된 교훈을 일깨웠다. 식물은 대체로 타자에게 무해 하고(다른 생물을 위협하는 독성을 더러 품고 있기도 하지만) 말없이 비폭력적인 자세로 평화롭게 움직이며 조화로운 생태계를 유지하는 비결을 변함없이 제시했다. 바로 “식물성(植物性)”이다. 식물성이 가진 잠재력 중에서 ‘자체로 번식하고, 자체 양분으로 유지하고, 타고난 성질과 조화롭게 번성하는’ 힘은 생명 공동체 안에서 유독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존재인 것처럼 행동한 인간의 자리를 왜소하게 한다. 특히 김정대 작가의 사진 속 식물들은 뿌리를 허옇게 드러내며 그들의 서식지뿐만 아니라 인간-동물에게 도래할 위기를 목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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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식물의 일생 


김정대 작가는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스티로폼이나 비닐, 플라스틱 용기 혹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 틈새에 뿌리를 내린 식물을 구조하여 사진에 담는다. 부초처럼 떠도는 이들은 주로 늪의 가장자리나 강 하구둑 혹은 연안에 밀집해 있다. 이 식물들을 굳이 분류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물과 육지의 중간인 축축한 곳에서, 스티로폼에 서식하니 ‘스티끼류(이끼류+스티로폼)’로 부르면 될까?’라고 생각하다 그만 접었다. 어찌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었는지 기이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촬영조건도 최악이다. 식물이 움직일 수 없으니 사람이 움직여 식물에게 다가가야 하는데, 이들은 주로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구석진 곳이나 저수지 가장자리에 있어 접근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김정대 작가는 촬영을 위해 ‘카약’을 동원해 일일이 이들의 생태를 살피고 배에 태워 뭍으로 가져와 사진을 찍는다. 식물 자체의 고유성을 부각하기 위해 최소한의 배경지를 설치한 후 그들의 생육환경을 부각하여 식물의 일생을 담았다. 이파리, 줄기, 뿌리가 다 드러나 일생(一生)의 이력이 보인다. 곧 사라질 식물의 한번 뿐인 삶 전체가 사진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김정대 작가가 아니라면 물도 뭍도 아닌 곳을 떠돌다 사라질, 무엇으로도 분류할 수 없는, 설 땅 없는 식물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지구)에서 영생할 것처럼 살아가는 인류를 쓸쓸하게 응시한다. 인류의 삶을 극도로 편안하게 해 준 스티로폼(플라스틱)을 위태롭게 껴안은 채. (글 : EPA 최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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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중인 김정대 작가

 

김정대 작가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오랫동안 촬영 스텝으로 일 한 후, 초상사진가로 선 굵게 활약했다. 대학에서 인물사진과 디지털 사진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을 야생의 자연에서 지낸 풍요로운 기억은 자연의 소리에 유독 민감하게 감응하게 했다. 자연의 초상을 제대로 촬영하는 기술적인 프로세스와 자연의 상처에 오래 머물고 위로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겸비한 사진 작가, 김정대의 ‘야생의 실천’이 그의 사진 작품처럼 경이로울 뿐이다. 


 

#김정대 #스티로품 #해양쓰레기 #식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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