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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SUNGPIL

한성필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초기작업 'My Sea'에서부터 또렷하게 드러난다. 북극과 남극, 인도네시아의 밀림에서 로키산맥으로, 아이슬란드의 포경산업과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사하라사막과 프랑스 곳곳의 원자력발전소가 세워진 풍경까지, 지구촌을 누비며 스펙트럼이 넓은 사진 세계를 선보인다.

학력

2004 런던 Kingston University, London 및 The Design Museum, London의 공동 프로그램 Curating Contemporary Design 석사 (MA) 과정 졸업

1999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졸업

개인전

2019 Pasado, Presente, Futuro - 한국문화원, 스페인 마드리드

2019 Greentopia, Fukuoka (도초지 - 東長寺 불교사원, 일본 후쿠오카)

2019 Polar Heir – 야외 설치 작업, 발라렛 국제 사진 비엔날레, 오스트레일리아

2019 Polar Heir - Latitudes 21, 우엘바 사진축제, 우엘바 미술관, 스페인

2018 Let the Games Begin – 주한 독일대사관 개최, S.J Kunst Halle, 서울

2017 세상의 끝에서 다른 세상을 보다. 아트스페이스 벤, 서울

2017 Polar Heir, Blanca Berlin Galería, 스페인 마드리드

2017 Façades – 포토그라피카 국제 사진 축제, Sin Título Galería, 콜롬비아 보고타

2017 Intervention일우스페이스, 서울

2016 The Desert & Sea 주 모로코 한국대사관

2016 Fantasmagoría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2016 INNOCENCE, 민통선 내 연강 갤러리, 경기도 연천

2015 POLAR HEIR,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2014 Ground Cloud - XVII Encuentros Abiertos, Festival de la Luz, 중남미한국문화원,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2013 Double Vision: Façade Project, 제5회 국제 사진페스티벌 PHOTOVISA Atrium of Gallery,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2013 Diplopia,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청담

2011 Façade (Blanca Berlín Galería, 스페인 마드리드)

2011 재인식의 순간, 국회도서관, 서울

2011 Dual Realities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삼청

2011 Façade –12àBienalInternationaldeFotografíadeCórdoba(Cordoba,Spain)

2010 In Between Layers, 갤러리 잔다리, 서울

2008 再現 : 製現, 세오갤러리, 서울

2007 FACADE: face-cade, 갤러리 잔다리, 서울

2006 The Sea I Dreamt – 제16회 포토포 국제 사진 축제 :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2006 The Sea I dreamt, The Light contemporary Gallery, 런던, 영국

2005 My Sea, Goethe Institute, 프랑크푸르트, 독일

2005 Displaced Spaces- ‘Blue Jungle’ , Selasar Sunaryo Art Space, 인도네시아, 반둥

2004 The Sea I Dreamt : 제10회 국제 사진, 영상 비엔날레 ‘Houston Fotofest 2004’, Houston Fotofest Headquarters gallery, 텍사스, 미국

2002 바다에서 꿈꾸다, 스페이스 사진, 서울

1999 나의 바다, 인데코 갤러리, 서울

그룹전

2020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오클랜드 아트 갤러리, 뉴질랜드)

2020 수평의 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9 PHOTO-initially, finally (SPACE SO, Seoul, Korea)

2019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울렌스 현대미술 센터, 중국 베이징)

2018 멋진 신세계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

2018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8 경기 천년 도큐페스타 특별전 - 경기 아카이브_지금 (경기상상캠퍼스, 수원)

2018 Botanical Garden Project (부산 시립미술관)

2018 ‘Facing the Anthropocene’, New Shape Forum – by Global Challenges Foundation (Kulturhuset Stadsteatern 및 스톡홀름 거리 곳곳, 스웨덴)

2018 Basically, Forever - 일본 키요사토 사진미술관 영구소장품전 (도쿄사진미술관, 일본 및 국립대만미술관, 타이페이)

2017 더불어 평화 (서울시립미술관)

2017 Strainiamento (La Murate, Progetti Arte Contemporanea, 이탈리아 피렌체)

2017 건축이 된 예술 – 겹, 쌈 (갤러리 B24, 서울)

2017 Arpenteurs de Lumière ( Abbaye de Saint-Riquier, 프랑스 - 2인전 )

2016 서울사진축제 – 서울 新 아리랑 – 천리의 강물처럼 (서울시립미술관)

2016 Nirvana (VDNKh, Pavilion 13, 러시아 모스코바)

2016 Wonders of the World (Fotografie Forum Frankfurt, 독일 프랑크푸르트)

2016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6 Arts & Nature 2016: Cloud (프랑스 루아르 쇼몽성)

2016 Dubai Photo Exhibition (Dubai Design District,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2015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Ⅷ-사진의 여정,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2015 한양도성 프로젝트 원 (성북구립 미술관, 서울)

2015 공간을 읽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전, 강릉시립미술관)

2015 Real in Irreal (Contemporary Media art of Korea and Russia, 우양현대미술관, 경주)

2015 Korean Contemporary Photography (Gallery of Classic Photography, 러시아 모스코바)

2015 The 12thHavanaBiennialin2015,(CapitolioNacional,쿠바)

2015 Changjiang International Photography & Video Biennale (Chongqing Changjiang Museum of Contemporary Art, 중국)

2015 Artist Portfolio Ⅱ, (사비나 미술관, 서울)

2015 The LINE, DMZ (민통선, 파주)

2014 By Destiny,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 제주

2014 Day and Night in Seoul, Chi K11, 중국 상하이

2014 Art Flash, KIAF(Korea International Art Fair) Interactive 특별전 – COEX, 서울

2014 기원, 기억, 패러디- 대구사진비엔날레, 대구문화예술회관, 한국

2014 Basically. Forever, 일본 도쿄도 사진 미술관

2014 ASEAN-KOREA 25th Anniversary Contemporary Media Art Exhibition: Changing Landscapes, Wandering Stars, 주 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 주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2014 ‘Sport. City, Future’ PHOTOVISA in MOSCOW,

2014 Animamix (상하이 현대 미술관, 중국 상하이)

2014 돌아다니는 시각 (서울대학교 미술관)

2014 Animamix (칭화대학교 미술관, 중국 베이징)

2014 사진과 미디어, 새벽: 4시 (서울시립미술관)

2013 사진의 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3 Parallax ASEAN (ASEAN-Korea Cultural Exhibition 2013, 블루스퀘어, 서울

2013 New Photograph in Korea (Galerie Paris- Beijing, Hotel Winssinger, 벨기에 브리쉘)

2013 The Zizek / Badiou Event of Philosophy (쿤스트할레 플라툰, 서울)

2012 Dislocation, 대구미술관

2012 우리[WOO:RI], TINA B. Prague Contemporary Art Festival (Prague, Czech Republic)

2012 Outside of Garden – ‘The Cityscape as Still Life’ : 부산비엔날레 특별전

2012 Land Art Mongolia Biennial 360º – 제2회 몽골리아 대지미술 비엔날레 (Ikh Gazriin Chuluu – 고비사막 & 몽고 근대 미술관, 울랑바트르)

2012 Art Project 2012: Communion (COEX : 핵안보 정상회의 2012 미디어센터, 서울 – 국립현대미술관 기획)

2011 에필로그: 경계에 서다, 경기도 미술관, 안산

2011 MoA Picks 2011, 서울대학교 미술관

2011 차용의 전략, 롯데갤러리, 안양

2011 Our Magic Hour , 2011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일본 요코하마 미술관

2011 거북이 몰래 토끼야 놀자, 경기도 미술관, 안산

2011 Fotografias-Coleção Joaquim Paiva, Museu de Arte Moderna, Rio de Janeiro, 브라질

2011 생활의 목적, 포항시립미술관, 경상남도 포항

2011 다중감각, 사비나 미술관, 서울

2010 만레이와 그의 친구들의 사진전, 서울시립미술관

2010 거꾸로 달리는 시계, 월전미술관, 경기도 이천

2010 Chaotic Harmony: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y, Santa Barbara Museum of Art (SBMA),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2010 아케이드 프로젝트, 인터알리아, 서울

2010 Maden Pictures, 아라리오 갤러리, 충청남도 천안

2009 Chaotic Harmony: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y, Museum of Fine Arts, Houston (MFAH), 텍사스, 미국

2009 Photography is Dead, Three White Walls Gallery, 영국 버밍험

2009 현대미술로서의 사진 (The Photograph as Contemporary Art), 두산 갤러리, 서울

2008 Then & Now - Memories of the Future 2008 대구사진비엔날레, EXCO, 대구

2008 색다른 하나; 하나은행 컬렉션 (하나은행 본점, 서울)

2008 Olympic & Love, 중국, 핑야오 사진 페스티벌

2008 Escenarios Emocionales (PHotoEspaña : Blanca Berlín Galería), 스페인 마드리드

2008 경기도미술관 2007 신소장품전-작품의 재구성, 경기도미술관, 안산

2007 The Alchemy of Shadows – The 3rd Lianzhou International Photo Fesitval,

2007 Granary Factory, 렌저우, 중국

2007 Pass the Picture, Goethe Institute, 베를린, 독일

2007 Mysteries, Secrets, Illusions – Kaunas Photo07, Kaunas Picture Gallery, M.K. Ciurlionis National Museum, 카우나스, 리투아니아

2007 Co-exist, Foil Gallery, 도쿄, 일본

2007 In Touch of the Present–Korean Artists Collaboration, Wada Fine Arts, 일본,도쿄

2007 Photography – 寫眞 : 四眞 : 詐眞, 갤러리 터치아트, 헤이리

2006 당인리 문화 공장, 쌈지스페이스, 서울

2006 Obsesiones - Obras de la Colección Fotográfica del MNBA, National Museum of Fine Arts,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2006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y_KOREA NEW DAYS, Dome Unenia, 브라티슬라바, 슬로바키아

2006 Descubrimientos PHE – Photo Espana 2006, Antiquo Matadero de Leqazpi, 마드리드, 스페인

2005 Winter wonderland, Fotografie Forum international, 독일, 프랑크푸르트

2005 Three Views: Korean Photography, De Santos Gallery, 휴스턴, 미국

2005 Club Paradiso) - Jamming with Photography , 키요사토 사진 미술관, 키요사토, 야마나시현, 일본

2004 The Flow - 제 5회 국제 이미지 페스티벌 ‘Rhubarb-Rhubarb’ 기획 전시, Mailbox Gallery, 버밍험, 영국

2003 Photographs by the Next Generation: Young Portfolio Acquisitions 2002, 키요사토 사진 미술관, 키요사토, 야마나시현, 일본

2002 I International Encounter ‘Artists for Peace’, 이슬람 문화센터, 마드리드, 스페인

2001 Photographs by the Next Generation Young Portfolio Acquisitions 2000, 키요사토 사진 미술관, 야마나시현, 일본

2000 사진학 개론 - 인물과 풍경, 아트선재미술관, 경주 & 아트선재센타, 서울

레지던스

2019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일본 큐슈)

2017 Arts Iceland (이사피오르두어, 아이슬란드)

2016 Listhús (올라프피오르두어, 아이슬란드)

2016 The Arctic Circle Program (스발바드 국제 영토 및 북극해 탐험 원정))

2016 The 2015 Odyssee artist-in-residence (프랑스 솜 왕립 사르키에 사원)

2015 The 2015 Odyssee artist-in-residence (프랑스 루아르 쇼몽성)

2013 The Arctic Circle Program (스발바드 국제 영토 및 북극해 탐험 원정)

2011 18th Street Arts Center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 (미국, 산타모니카)

2010 Picture Berlin (베타니엔 쿤스트 하우스, 독일 베를린 )

2008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 (프랑스, 파리)

2007 Sirius Art Centre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 (아일랜드 코크 코브)

2007 의재 창작 스튜디오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 (전라도 광주)

2006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 (프랑스 파리)

2005 CAMAC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 (프랑스, 노종 쉬 센)

2005 UNESCO-Aschberg Bursaries - Selasar Sunaryo Art Space (인도네시아, 반둥)

소장

The National Museum of Fine Arts,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Kiyosato Museum of Photographic Arts, 야마나시, 일본

Selasar Sunaryo Art Space, 반둥, 인도네시아

Museum of New Mexico (Museum of Fine Arts), 뉴 멕시코-산타페, 미국

The Photomedia Centre, 펜실바니아, 미국

The Pushkin State Museum of Fine Arts, 러시아 모스코바

한국문화원, 스페인, 마드리드

SPACE Group, 서울

국회도서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미술관

대구미술관

하나은행, 서울

공간 사옥, 서울

경기도미술관, 안산, 한국

서울대학교 미술관, 한국

아라리오 컬렉션, 천안

경남도립미술관, 창원

미국 대사관, 서울

프랑스 대사관, 서울

외교부, 서울

대한약품, 서울

OCI Museum , 서울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서울

_Icelandic Summer
_연천
_도시의 죽음을 기억하라!
_밀도의 도시 ‘부산’
Icelandic Summer

얼음왕국, 하얀 설원과 빙하의 나라 아이슬란드. 이곳의 겨울은 많은 눈과 혹독한 추위, 가끔씩 발생했던 눈 폭풍 (블리자르) 때문에 작업 활동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여름에 접어들면 겨우내 쌓였던 많은 눈이 감쪽같이 녹아 길을 가는 곳곳마다 수많은 폭포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심지어 돌 표면마다 초록의 이끼들이 뒤덮이면서 섬은 얼음여왕의 마법에서 풀린 듯 완연한 초록의 섬으로 탈바꿈함으로써 언어로는 형언할 수 없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아이슬란드의 여름 (Icelandic Summer)” 은 언어가 한정 짓는 추상성의 문제를 개념적인 접근을 통해 다루고자 하였다. 우리가 흔히 ‘아이슬란드’라는 이름과 함께 얼음과 빙하의 나라로 각인시켜버리는 언어의 피상적인 의미와 더불어 눈부시게 생생한 초록빛의 이끼와 빙하수가 녹아 만든 근접 촬영을 통해 작품의 공간과 규모는 더욱 주관적이며 모호해지고, 관객들에게 감각적인 전이를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또 다른 하나의 중요한 사회적 이슈는 환경이다. 북극권 부근에 위치한 아이슬란드는 독특한 풍광과 더불어 깨끗하고 상쾌한 공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현재 많은 나라에서는 대기 오염과 미세먼지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끼는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수많은 이끼들로 나라 전체가 구성되어 있다.
본인은 이 작품을 통해 사진의 기본적인 속성인 재현의 의미와 미술사(史)의 가장 핵심 개념인 실재와 모사의 현대적인 접근에 대해 고민해보고, 우리의 환경과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환경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유의미한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연천

국경(National Border)’은 ‘국가 간 영토나 공해를 가르는 실제적이고 가상적인 경계선’이다. 국경의 개념이 단단히 고정되기 시작된 것은 근대 주권국가가 성립되면서부터이며, 대략 17~18 세기에 이르러 자연의 지리적 경계를 기준으로 한 현재의 국경선이 설정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국경은 산맥, 하천, 호수 등의 자연적 지형뿐만 아니라 지구의 경도, 위도 등의 인위적인 것을 기준으로 정해지며, 이념, 권력, 전쟁과 같은 인간의 힘에 의해 임의적으로 구획되기도 한다. 때로는 인접 국가 간, 혹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사국과 관계없이 과거에 패권을 가지고 있었던 국가 간의 조약 체결을 통해 설정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알제리, 니제르, 나이지리아, 기니비사우를 포함한 18개국과 옛 스페인령 사하라 (서부 사하라)가 식민지 분할 정책에 따라 과거 패권국에 의해 직선 형태의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국경이 설정되었음을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반도의 경우도 과거 강대국 간의 이념적 갈등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경계인 휴전선이 남과 북을 갈라놓고 있으며, 그 경계선상에 놓인 지역들은 첨예한 대립의 현장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연천은 과거 6.25전쟁 때 격전지였던 북한 땅을 직접적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다수의 전망대를 가지고 있으며 대남방송과 대북방송이 공존하고 있다. 또한 최근의 지뢰 사건과 북측의 폭탄 투하와 같은 뉴스는 경계지역에 대한 불안함이 여전히 건재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하며 연천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고착시키고 있다.
본인은 과거 ‘Polar Heir’ 작업을 진행하면서 상상 속으로 고정되었던 극지방에 대한 이미지와 두 눈앞에 놓은 실제 사이에서 큰 괴리를 경험했다. 선험적 지식에 맡겼던 극지방에 대한 판타지적 상상은 본인의 경험을 통해 여지없이 무너졌고, 결과적으로 극지방이 가진 무구한 시간적 숭고, 그리고 석탄 광산과 포경 산업의 인위적 흔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최북단 연천이라는 지역에 방문하기에 앞서 이미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떨치지 못하고 특수적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연천의 비경들과 지질학적 아름다움의 발견은 또 한 번 본인의 고정관념의 속성을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 경험이었다.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이 ‘종의 기원’에서 서술했던 갈라파고스의 장소적 진화론이 증명하듯 고립은 새로운 차원의 발전을 이루어 낸다. 어쩌면 연천에서 찾은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쟁이라는 잠재적 위험 속에 숨겨진 비경 일 것이다. 연천의 비경을 보여주는 적벽과 주상절리는 지질학적으로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기 전인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에 걸쳐 형성된 국내 유일의 현무암 협곡이다. 이념이 만들어낸 분단을 기준으로 봤을 때 북한의 오리산에서 분출했던 몇 천만 년 전의 용암은 오늘날 이 지역에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시간이 만들어 놓은 장엄한 숭고적 풍광은 극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구가 수억 년 동안 결정한 비현실적 시간의 증거는 이렇듯 가까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고려 시대 낙향하여 은거하던 길재(吉再)는 백의의 몸으로 옛 고려 도읍 송도를 찾아와 ‘회고가’라는 시조를 통해 자신의 감회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오백 년 도읍지(都邑地)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이념이 만들어 놓은 공간 속에는 그것을 초월하는 자연적 숭고함이 존재한다. 자연(自然)이라는 한자어는 ‘스스로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연천의 용암지대는 과거 남과 북의 경계와 이념의 이전, 나아가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의 -상상 속의- 시간은 지질학적 발현으로 우리에게 실증한다.
이곳에서 간간이 들리는 사격장의 총소리는 비현실적 공간을 다시 현실의 시간으로 돌려놓는 타임머신과 같다.
어즈버, 태평연월의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는 바램과 함께….
도시의 죽음을 기억하라!

인간으로서 나 자신의 ‘정체성’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연속선상에 위치시켜 놓는 '자기 동일성'의 전제하에서 출발한다. 과거에 대한 기억들의 종합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듯이 도시의 기억 속에는 역사와 장소, 그리고 우리의 삶이 담겨 있으며 이를 통해 도시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확고히 만들어 나간다.
도시의 형성 과정은 건축이란 주거를 위한 기본적인 장소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주거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의 ‘집’은 주거의 기능으로써 생활의 중심이며 세계를 받아들이는 시발점의 의미를 담고 있는 신성한 장소일 것이다.
주거환경으로써 집과 도시의 구성과 발전에 대해 본다면 한국만큼 20세기 이후 급격한 변화가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근대화 이전, 한국의 도시는 산과 강 등의 자연환경과 지형에 따라 부락이 형성되고 마을과 지역이 나뉘면서 특색을 만들어 나갔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서구식 건축 재료들을 사용한 근대 건축물의 등장으로 주거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고, 이후 6.25로 인해 거의 모든 건축물들이 파괴되고 소멸되었으며 피난민들에 의한 급조된 새로운 형태의 주거형태들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6.25 이후 한국의 경제개발 부흥기까지, 지방에는
새마을 운동을 통해 초가집이 사라지고 시멘트와 형형색색의 슬레이트나 함석지붕으로 만들어진 양옥이 등장함에 따라 새로운 주거 환경으로 변모되었다. 이와 동시에 서울은 복구 사업과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거국적 명분으로 시작된 아파트 개발로 1970~1980년대 이후 황금의 엘도라도를 찾기 위한 강남 붐을 일으켰으며, 현대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주거환경이자 다양한 형태와 크기, 입지조건에 의한 부의 척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회문화적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산업화 시대에 건설한 주택과 건물들이 노후되었고 질 높은 주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존 시가지의 재개발과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도시 기능의 변화가 지속되었다.
기억과 흔적이 사라진 공간의 초현대화 되어 가는 과정에는 삭막한 초대형 건축물들이 급속히 들어서고 있다. 최대한 빨리, 그리고 높이 쌓기 시합과 같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한낮의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은 저녁이 되면 모두가 퇴근하여 적막함이 감돌고 한국의 보편적 풍경인 교회 십자가 불빛은 공사장 크레인의 십자가 형태와 어울려 삭막함과 성스러움이 이질적으로 공존하는 도시 분위기로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그러나 건설사의 부도나 부실공사와 같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는 경우 미처 자신의 초 호화스러움을 뽐내지도 못하고 유령건물과 같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는 건물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무사히 끝난 새롭게 완공된 초고층, 초호화의 첨단 복합 주거 단지들에서는 매끈하게 빠진 외관과 눈부시게 화려한 불빛으로 우리에게 끊임없이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제는 대다수가 집을 사용가치인 ‘주거’라는 개념보다는 ‘자산’이라는 경제가치로 인식하고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즉 우리들에게 ‘집’ 이란 공간에서 느꼈던 정서적 교감보다는 수치로 환산될 수 있는 물질적 교환가치로써 더 가까이 와 있다.
도시의 정체성이란 시간의 축척과 맞물린 씨줄과 날줄의 얽혀짐 속에서 매력이 은밀하게 드러난다. 재개발이란 단지 새로운 건물과 공간이 들어서고 탄생하는 현상만이 아니다. 건물이 무너져 가고, 과거 누군가 살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재건축을 위한 황폐한 철거 지역을 통해 주거 환경에 대한 의미까지도 왜곡된다. 또한 그 이면에는 과거 특정 사회 집단이 공유했던 과거의 기억과 역사가 말끔히 사라지는 것이다. 그것이 몇 백 년 된 한옥이나 전통 건물뿐만 아니라 심지어 1970~1980년대의 우리 부모님들이 사셨던 낡은 아파트까지도, ‘주거 공간’과 연관되어 있는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기억상실이라는 낯선 체험을 안겨준다.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서 특정 장소에 대한 개발과 보존에 대한 가치 논의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특정한 도시공간을 보존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우리 스스로가 동기 부여를 통해 유형, 무형의 자산의 역사적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가치는 단순히 시간의 길이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보편적인 기억의 무게까지 포함될 것이다.
이번 전시 《판타스마고리아 Fantasmagoría》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지난 20여 년간 세계 각국의 다양한 도시를 여행하고 정주하며 체험하고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에 대한 감정과 이야기를 사진적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파사드 프로젝트Façade Project》가 외면을 통해 현재 시간에서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재개발이라는 변화 안에서 허물어져 가는 건물과 장소에서 정신과 물질의 경계점을 포착한 《기억과 흔적Memories and Traces Project》에서는 오히려 외면을 벗겨내어 현재 시간에서 그 흔적을 바라보고, 그곳에 살았던 익명의 기억과 흔적의 간극을 개인적인 추억으로 투영시켜 정서적인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일련의 변화 과정에서 4x5 대형 카메라를 사용하여 사진이라는 전통 재현 매체로써 포착한 것은 사회적 분석을 통해 정확한 시공간을 재현하고 관찰해 나가는 전통 다큐멘터리 입장이라기보다는 과거 누군가가 살았던 기억과 자취를 내밀한 디테일의 사진을 통해 표면적으로 끄집어 내고자 하는 노력의 접점인 것이다.
그레임 길로크(Graeme Gilloch)는 발터 베냐민의 예를 들면서, 기억과 도시는 서로 스며든다고 말한다. 발터 베냐민이 1930년대에 근대적 쇼핑몰의 기원인 파리의 ‘아케이드’를 통해 급격히 변화해가는 근•현대 도시의 사회, 문화를 통찰했다면 본인은 사색가적(flâneur) 관점을 통해 시공간적인 기록과 기억의 재현 사이에서 파생되는 존재와 형태상의 변모라는 양면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주마등(phantasmagoria) 같은 현대 도시공간 속에서 사라지는 기억의 소멸과 복원에 대한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기억은 도시환경을 형성하고, 도시환경은 다시 기억을 형성하는 것이다.
밀도의 도시 ‘부산’

도시는 시간의 역사와 공동적 삶에 의해 형성된 장소이며, 인간의 공동성, 공통 감각을 발전시키는 기억의 적층이다. 형태상으로 도시는 수많은 건축, 도로, 공원, 하천, 산지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체이며 도시의 전체적인 모습은 도시가 자리잡고 있는 지역의 지형에 영향을 받고, 그 속에서 사는 수많은 사람의 삶의 양태를 반영한다.
부산과 같은 대도시의 모습을 관찰하자면, 도시가 차지하는 범위가 무척 넓어서 지형도 다양하고, 사람들의 생활모습 또한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한눈에 쉽게 파악하기에는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항구 도시라는 점이다. 이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인 해안선이 시가지의 경계를 이루면서 시가지의 골격에 큰 영향을 끼친다. 또 다른 매력으로는 산이 많은 도시라는 점이다. 부산의 시가지는 산과 산사이의 골짜기를 따라 확대되었다. 산과 산 사이의 골짜기에는 수영강, 동천 등의 하천이 흐르면서 시가지의 얼개를 이루는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가 되었다.
서울 출신인 나에게 개인적 기억의 적층으로써 부산을 물어본다면 감히 ‘밀도(密度)의 도시’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겠지만 약 10년에 한번 꼴로 부산에 1주일 이상 체류하면서 부산 도시 곳곳을 외부 관찰자 입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처음 부산을 찾은 것이 20년전인 1992년, 당시 어렴풋한 기억은 인구가 빽빽히 밀집한 광복동과 자갈치 시장에서 들려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부산 사투리 억양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직도 내 인상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부산은 무척 높고 희고 파란 얼룩의 수많은 ‘목욕탕 굴뚝’들로 가득한 ‘밀도의 도시’ 로써 부산 모습이다. 최근 부산을 찾을 때면 예전 개인적 기억을 회상하며 부산의 상징인 ‘목욕탕 굴뚝’ 들을 찾아보려 하지만 많이 사라져 버린 것이 나에게는 아쉬운 점 이다.
그 후 10년이 지나 2000년 초반, 부산의 부두들과 산동네를 포함한 오래된 마을들을 속속들이 볼 기회가 있었다. 감만 부두, 신선대 부두, 허치슨 부두 등에 밀집해 수출과 수입을 위해 하역을 기다리는 수많은 컨테이너들, 그리고 부산 구시가를 운전하다 보면 수시로 마주치는 경사 심한 비탈길에 산 중턱까지 빽빽히 가득찬 연립주택, 아파트들도 인상적이었지만 부산 주택의 옥상에 빽빽히 들어선 파란색 물탱크는 또다른 색다름으로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아있게 ‘밀도의 도시’ 이다. 서울 주택 옥상에서 빽빽히 차있는 노란색의 물탱크들을 자주 보아왔던 나로서는 부산에서의 본 인상 깊은 파란색 물탱크들은 서울과 부산의 두 대도시의 문화현상을 비교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였다.
다시금 10년이 지나 2012년 여름, 언제나 이맘때면 TV 뉴스에서 자주 보았던 인상 깊은 해운대의 피서 인파들과 파라솔, 둥둥 떠 노란색 튜브를 직접 본 나로서는 마틴 핸드포드 (Martin Hanford)가 그린 영국의 코믹삽화 ‘월리를 찾아라 (Where's wally?)’ 와 같은 착시를 일으켰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해운대 인근은 하나의 ‘직할시’라기 보다는 다양한 ‘~시티’라는 이름을 갖고 독자적 영역의 도시로 구성된 빽빽히 밀집된 고층 단지들을 보면서 해외에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변해버린 해운대지역의
‘세계 최대 규모’와 ‘한국 최고의 호화로움’을 지향하는 풍경은 외지인인 내가 현재 상전벽해로 변해버린 해운대라는 영역에 들어서기에 조금 위축이 되는 면도 있었다.
객관적 자료로 부산의 역사를 보면 얼마나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인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1876년 개항 당시 작은 항구도시였지만 개항 이래 일제 강점기 동안 근대 도시로 성장하였다. 1945년 해방 당시 인구 22만 1천여명이었던 부산이 해방을 맞은 귀환 동포의 귀국, 1950년 한국 전쟁기간 중 피난민의 급증 등으로 불과 반세기 만에 인구 360만의 거대 도시 메트로폴리스로 성장했다. 특히 귀환 동포와 피난민들의 일부가 부산에 정착하면서 도시가 준비 없이 팽창 하였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산업도시로 성장하면서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거처 지금의 도시적 윤곽을 갖추게 되었다. 수치상으로 분석해 보면 60년대 부산 산업은 전국에서 최고 전성기를 누렸으며 1968년 부산의 제조업 부가 가치는 전국비중 22.3%로 최고치를 기록 했다고 한다. 부산의 높은 경제 호황은 당시 인구 증가율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는데 연평균 7.1%의 증가율로써, 해방후 40만명, 한국전쟁기에 88만명, 귀 이후 피난민의 귀향과 더불어 감소하다가 65년에 150만을 돌파하고 72년에는 2백만, 75년에는 2백 5십만에 이른다.
60~70년대의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인구가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부산 지역의 산지와 경사지가 주거지역으로 개발되었다. 산 중턱에 이르기까지 주거지역은 확산되었으며,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산지가 지배하던 도시 스카이라인이 인공적 구조물의 스카이라인으로 대체되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도시내의 산업이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도시 기능의 변화가 지속되었다. 최근에는 산업화 시대에 건설되었던 주택과 건물들이 노후화하고 질 높은 주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존 시가지의 재개발과 재 건축이 활발하게 진행 되었다. 특히 2000년 이후부터, 과거 수영만 매립지, 수영 군용 비행장, 대연동 군수 사령부 및 안기부 부지 등은 해운대 ‘마린시티(Marine City)’, ‘센텀시티(Centum City)’, ‘대연 혁신도시’ 라는 행정구역상 그들이 속하는 ‘부산직할시’와 독자적으로 차별화는 노력을 하며 초고층, 초호화의 첨단 복합 주거 단지로써 재건축, 재개발이 이루어 지고 있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이 한강으로 갈리듯이 부산은 수영강을 사이에 두고 ‘해운대구’와 ‘수영구’로 나뉜다. 특히 해운대구는 최근 몇 년간 수많은 초호화 고층 건물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국내 최고가의 아파트, 영화의 전당,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 국내 2번째 규모의 전시장인 벡스코등 주거, 문화, 소비의 편의시설로 가득한 부산의 ‘화려한 부’를 상징하는 ‘신세계’로 거듭난다.
하지만 해운대를 벗어나 다른 지역을 본다면 부산의 지형상 해변을 끼고 산지로 둘러싸인 곳이기에 서울에서는 뉴타운과 같은 재개발을 시도하기에 불가능한 달동네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부산의 대표적 달동네를 꼽자면 감천동, 우암동, 좌천동, 아미동, 문현동, 수정동, 영선동 같이 곳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
말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감천동을 한국의 산토리니, 부산의 마추픽추, 블록을 쌓아놓은 레고 마을이라고 다양하게 부른다. 이 곳은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야산에 다닥다닥 천막을 짓기 시작하여 형성된 마을로써 감천동 문화마을을 산책하다| 몬때
2009년 이후, 부산의 예술인들과 마을 주민에 의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공간의 창출을 통해 활기찬 산동네로 다시 태어나고자 문화마을로 지정하였다.
최근 부산의 대표적 촬영 명소가 될 만큼 멀리서 보는 파스텔 톤의 따뜻하고 멋진 이국적 풍경들은 가히 환상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토요일 오후, 이 곳을 부산 친구와 함께 산책한 나는 평상 위에서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는 동네 노인들과 각종 학원 대신에 변변한 장난감 없이 비좁은 골목을 우루루 몰려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들의 어린 시절이 풍경이 떠오르는 데자뷰를 경험했다. 어쩌면 그것은 70년대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상이자 회상일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지금같이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많지 않았고, 평상에서 아저씨, 아주머니, 노인들이 함께 담소를 나누고 아이들은 변변한 장난감이 없어도 흙장난, 땅따먹기 같은 놀이로 하루를 보내는 풍경이…
하지만 영화 속 한 장면에 나올 것 같은 옛 풍경을 지니고 있는 마을에서 데이트 코스로 값비싼 DSLR 카메라를 하나 둘씩 둘러매고 화려하게 꾸민 젊은 커플들이 이곳 저곳을 기웃대는 모습들은 이곳의 주민들의 모습과 대비되어 감천동의 풍경을 더욱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느껴졌다.
촬영 협조를 위해 찾아간 감천2동 지구대에서 경찰 아저씨의 말씀은 지금까지도 내 귓가에 울린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부르면서 아름답다고 이 곳을 구경하고 촬영하려고 찾아오지만 반대로 당신들에게 여기서 살라고 하면 여기 살 의향이 있냐?”
그 질문에 나에게 스스로 자문을 한다. ‘아파트 생활의 편리함을 찾는 나 스스로가 이국적 풍경이지만 불편하고 좁은 생활환경에 적응 할 수 있을까?’
어느덧, 이국적인 풍경인 감천동을 사진 촬영을 위해 찾았던 많은 젊은이들은 저녁 어스름이 내려 앉고 거리의 가로등이 하나 둘씩 켜지자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였다.
감천동 집들에는 토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불이 켜지는 집들이 많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들이 많이 있거나 살고 있는 집들이라도 토요일 저녁까지도 생계에 쫓겨 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가난이 하나의 볼거리가 되고 관광 상품화 된 ‘산토리니’ 혹은 ‘마추픽추’ 마을의 저녁은 그렇게 찾아 든다.
여기와 대비되어 웅장하고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해운대 지역의 초호화 고층 아파트에는 저녁이 되자 각 집마다 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가족들이 함께 오손도손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해운대를 찾은 관광객들은 뜨거운 한 낮에 시원한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저녁이 되자 삼삼오오씩 레스토랑과 바, 카페, 쇼핑 센터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화려함이 볼거리가 되고 세계 최고의 백화점, 복합 문화 단지가 관광 상품이 된 ‘하루 최고 100만 피서객 절정’의 해운대, 자칭 ‘~시티’의 저녁은 그렇게 찾아 든다.
최대한 빨리, 그리고 높이 쌓기 시합과 같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한 낮의 고층 아파트 현장은 저녁이 되자 모두가 퇴근하여 적막함이 감돌고 한국의 보편적 풍경인 교회 십자가 불 빛은 공사장 크레인의 십자가 형태와 어울려 삭막함과 성스러움이 이질적으로 공존하는 도시 분위기로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은 내민다. 반대로 부산 산업의 핵심인 부두에서는 저녁이 되자 밝은 조명이 켜지며 하역작업으로 바삐 움직이는 골리앗과 크레인으로 부산하다.
대도시 부산의 황혼 녘의 풍경은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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