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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 HONGGOO

강홍구는 <그린벨트>, <오쇠리 풍경>, <사라지다: 은평 뉴타운에 관한 어떤 기록>, <안개와 서리>, <녹색연구> 등 일련의 풍경연작을 통해 인간이 만든 마을이 다시 인간에 의해 폐허가 되고 사라지는 풍경을 씁쓸하게 제시한다. 더불어 고향 신안의 아름다운 바다와 섬을 촬영하고 있다.

학력

1990 홍익대학교미술대학대학원석사, 서울, 한국

1988 홍익대학교미술대학서양화학사, 서울, 한국

1976목포교육대학, 목포, 전라남도, 한국

개인전

2023 신안바다2, 무인도와 유인도, 사비나 미술관, 서울, 한국

2022 ‘신안 바다: 뻘, 모래, 바람’, 저녁노을미술관, 암태 창고, 신안, 한국

2022 ‘신안 바다 - 뻘, 모래, 바람’, 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한국

2021 ‘그저, 찍고 그린’, 스페이스 mm, 서울, 한국

2021 ‘집 꽃 마을 - 은평뉴타운의 기억’, 은평 역사 한옥 박물관, 서울, 한국

2020 ‘녹색연구–서울–공터’,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한국

2020 underprint: 서이 갤러리, 서울, 한국

2017 ‘안개와서리–10년’,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한국

2016 ‘리빙앤아트’, 인엔디자인웍스, 서울, 한국

2016 ‘청주–일곱마을의도시’, 우민아트센터, 청주, 한국

2016 ‘청주–일곱마을의도시’, 스페이스22, 서울, 한국

2016 ‘언더프린트-참새와짜장면’, 서학동사진관, 전주, 한국

2015 ‘언더프린트: 참새와짜장면’,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한국

2013 ‘서울山景’, 테이크아웃드로잉, 서울, 한국

2013 ‘사람의집–프로세믹스부산’,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우민아트센터, 청주· 2013|원앤제이갤러리, 서울· 트렁크갤러리, 서울, 한국

2012 ‘녹색연구’,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한국

2011 ‘서늘한집,기억과기록’,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한국

2010 ‘그집’,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한국

2009 ‘사라지다–은평뉴타운에대한어떤기록’, 몽인아트센터, 서울, 한국

2006 ‘어의도가는길’, Project Space Kandada, 도쿄, 일본

2006 ‘풍경과놀다’, 로댕갤러리, 서울, 한국

2004 ‘오쇠리풍경’, 갤러리숲, 서울, 한국

2003 ‘드라마세트’, 대안공간풀, 서울, 한국

2002 ‘한강시민공원’, 요스카뷰잉룸, 도쿄, 일본

1999 ‘위치, 속물, 가짜’, 금호미술관, 서울· 갤러리그림시, 수원, 한국

1992 갤러리사각, 서울, 한국

이인전

2020 ‘강홍구, 유근택- 풍경 산책’ , 누크 갤러리, 서울

2015 ‘강홍구, 박진영사진전–우리가알던도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

2015 ‘최진욱, 강홍구이인전–탈주의방법’, 갤러리룩스, 서울, 한국

2009 ‘강홍구, 노순택-늙은개와구르는돌’, 갤러리킹, 서울, 한국

단체전(일부)

2023 ㅎㅎㅎ, OCI미술관, 서울, 한국

2023 아시아의 또 다른 바다. 전남도립미술관, 광양, 한국

2022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사전 프로그램: 정거장’,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서울, 한국

2022 ‘한국 현대 사진가 초대전’, 화순 군립 천불천탑 사진문화관, 화순, 한국

2022 ‘그:곳, 때, 일’, 시안미술관, 영천, 한국

2022 ‘김암기 오마주’, 목포 노적봉 예술공원 미술관, 목포, 한국

2021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 세화미술관, 서울, 한국

2020 Season’s Greetings: Peace, joy and love to 2020,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한국

2019 ‘도시재생의새로운가능성들: 파트너십’, 서울도시재생이야기관, 서울, 한국

2019 ‘떠도는영상들의연대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2019 ‘2019 풀이선다’, 아트스페이스풀, 서울, 한국

2018 ‘프레임이후의프레임: 한국현대사진운동1988-1999’, 대구미술관, 대구, 한국

2018 ‘붉은땅, 푸른강, 검은갯벌–무안문화의원류’, 우안군오승우미술관, 무안, 한국

2018 ‘기증작품특별전2010-2018’,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

2018 ‘아트인팔레트’, G&J 광주ᄋ전남갤러리, 서울, 한국

2018 ‘유유산수–서울을노닐다’, 세종미술관, 서울, 한국

2017 ‘삼라만상: 김환기에서양푸동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2017 ‘풀이선다’, 아트스페이스풀, 서울, 한국

2017 ‘우민보고–병행/사회’, 우민아트센터, 서울, 한국

2017 인엔리빙앤아트, 서울, 한국

2016 ‘SeMA Gold<X: 1990년대한국미술>’,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2016 ‘끝은시작이다’, 원앤제이플러스원, 서울, 한국

2016 ‘동백꽃밀푀유’, 아르코미술관, 서울, 한국

2016 ‘말없는미술’, 하이트컬렉션, 서울, 한국

2016 ‘사회속미술–행복의나라’, 서울시립미술관북서울관, 서울, 한국

2016 ‘리서치, 리서치’, 우정국아트센터, 서울, 한국

2015 ‘루나포토페스티벌’, 갤러리류가헌,서울, 한국

2015 ‘대망명’,테이크아웃드로잉, 서울, 한국

2015 ‘공간의재해석’, JJ 중정갤러리, 서울, 한국

2015 Peace Voice Nice, 경남도립미술관, 창원, 한국

출판

2018 시시한것들의아름다움-20년후(이안북스)

2017 강홍구(헥사곤)

2016 청주-일곱마을의도시(우민아트센터, 청주)

2015 우리가알던도시(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3 사람의집-프로세믹스부산(고은사진미술관)

2010 작품집, 강홍구1996-2010 (원앤제이)

2006 디카를들고어슬렁(마로니에북스)

2002 그림속으로난길외(아트북스)

2001 시시한것들의아름다움(황금가지)

1995 앤디워홀: 거울을가진마술사의신화(도서출판재원)

1994 미술관밖에서만나는미술이야기1.2 (내일을여는책)

수상

2015 루나포토페스티벌올해의작가

2008 동강사진예술상(동강사진예술위원회)

2006 올해의예술가상시각예술부문(문예진흥위원회)

작품소장

서울시립미술관, 한국

부산시립미술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한국

아트선재센터, 한국

부산민주화공원, 한국

5.18기념재단, 한국

문예진흥위원회, 한국

뚜르미술관, 프랑스

삼성리움미술관, 한국

한미사진미술관, 한국

경기도미술관, 한국

고은사진미술관, 한국

우민아트센터, 한국

몽인아트센터, 한국

_잠
_ 그린벨트에 관한 메모
_미키네 집
_변방의 가을에 관한 메모
_신안
_오쇠리
_은평 뉴타운
_청주- 일곱 마을의 도시
_부산
_한강시민공원
_황학동


‘잠’ 연작은 1인 가구로 30여 년 살았던 경험에서 비롯된 작업이다. 1인 가구 작업 구상의 초창기에는 ‘나는 어떻게 1인 가구를 벗어났나’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려 했으나 여러 사정과 주위의 권유로 드로잉에 가까운 작품으로 전환했다.
담요는 예전부터 그 위에 누워 자는 사람을 그리려 했었고, 실제로 몇 작업을 하기도 했었다. 혼자 살면서 특히 힘들 때는 몸과 마음이 아플 때이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몸이 아픈데 호소할 곳도, 도움을 받을 수도 없을 때 느끼는 우울과 고독감은 뼈가 저리다. 이 작업은 정확히 그 점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를 표현하려 했다.
담요 위에 물을 흠뻑 적시고 –그러지 않으면 물감이 잘 먹지 않으니까- 압축 목탄으로 드로잉을 하고 아크릴로 채색했다. 마지막으로 상황에 맞는 간단한 오브제들을 담요 위에 부착해서 완성했다.
그린벨트에 관한 메모

그린벨트 연작은 1999년부터 2001년 사이에 촬영 되었다. 그 몇 년 사이에 일부 그린벨트였던 곳은 개발이 이루어졌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결국 사라진 풍경이 된 그린벨트는 언젠가 소멸해버릴지도 모른다. 물론 내 작업들이 그린벨트 보존을 주장하거나 그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나는 풍경을 찍었는데 그것이 사라져버린 것뿐이다.
어쨌든 그린벨트는 그린벨트 내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린벨트는 원래 부족한 도시의 녹지 공간을 확보 하고, 도시의 무차별적 성장과 연담화를 막고,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적 상황 때문에 등장한 것이다. 그러니까 철저하게 도시민, 도시를 위한 공간인 것이다. 결국 그린 벨트와 농촌은 도시민의 여가의 장소, 식량 공급지 등의 배후지 역할를 하고 있다가 필요하면 재빨리 개발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는 곧 농촌 혹은 그린 벨트 지역이 도시를 위한 식민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사진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되었으며 컴퓨터로 이어 붙인 자국이 남도록 만들어졌다. 프린트는 디지털 은염 인화이다.
미키네 집

사람들은 이사를 가면 무엇을 버리고 갈까. 그런 통계는 없으니까 빈집들을 돌아 다니며 눈으로 대강 살펴보고 어림짐작 해 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침대와 장롱 같은 가구, 그 다음이 가전제품, 다음은 비디오와 어학 테이프, 오래된 그릇들, 그리고 장난감들이다. 플라스틱 자동차가 폐차장처럼 모여 있다. 그 옆에서 장난감 집을 발견한다. 노란 벽체와 분홍색 지붕, 정면에는 미키 마우스가 찍혀있다. 인상적이다. 이 집을 어디에 쓸까 생각하다 옥상에 올라가 물탱크 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어본다.
진짜 빈집 위에 가짜 빈집을 올려놓고 찍는 셈이다. 문자 그대로 하나의 기호인 장난감집을 역시 쓸모없는 기호가 된 집 위에 놓고, 이미지에 불과한 사진을 찍는다. 그러니까 이건 놀이다. 그냥 빈집들이 늘어선 마을을 돌며 찍는 것 보다 이게 더
재미있다. 일종의 맥거핀처럼 미키네 집은 재개발과 집에 대한 욕망의 한 상징이기도 하다.
수련자
인형들 중 특이한 인형을 발견한다.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웃통을 벗어 제친 게 격투기 선수 모습이다. 정체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게임 캐릭터일 것 같다. 미키네 집과 마찬 가지 방법으로 그 인형을 여기 저기 놓고 사진을 찍는다. 땅 속에 몸을 묻고, 전신주에 달라붙고, 지붕 위에 올라가고, 전선에 매달린다. 배경으로는 철거될 집들이 들어간다. 일종의 꼼수를 쓰는 것이다.
사진을 웬만큼 만들고 나자 정체가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떤 캐릭터일까. 격투기 게임 캐릭터인건 알겠는데 심 시티 이래 게임과는 담을 쌓고 사는 처지라 인터넷을 뒤진다. 얼마 뒤지지 않아 금방 밝혀진다. 카주야 미시마, kazuya mishima, 남코라는 일본 게임회사가 95년에 발매한 테이켄(鐵拳)이라는 게임의 등장인물이다. 95년 산이니 나이가 꽤 든 캐릭터이다.
작품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주기 위해 다시 인터넷을 뒤져 중국 무협의 초식이름을 찾는다. 몇몇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태산압정(泰山壓丁), 횡소천군(橫掃千軍), 장홍관일(長虹貫日), 만천화우(滿天花雨).... 등등의 초식 이름과 기타 등등. 오래 전 무협 소실을 열심히 읽던 시절의 기억이다.
변방의 가을에 관한 메모

변방의 가을은 02-06년에 걸친 작업의 일부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변두리를 돌면서 찍기 시작했다. 이것들을 모아서 하나의 연속 된 작업으로 만드려는 시도는 05년 무렵이다.
제목이 변방의 가을인 것은 문자 그대로 서울 근교 농촌, 그린벨트 등의 변방을 찍었기 때문이다.
변방의 가을 시리즈가 내 흥미를 끈 것은 도시화를 저지당한, 아직 미치지 못한 인위적인 공간들이 보여주는 아이러니였다. 아니면 공간의 이중성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가을은 노란색, 붉은 색 따위의 식물의 변색에 의해 상처받은 공간을 위장한다. 그래서 변방의 가을 풍경은 아름답고, 우울하고, 비감하다.
변방의 가을을 찍고 만드는 동안 내 머리 속에 있던 것은 오래 전에 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秋聲賦)’였다. 추성부는 김홍도가 나이가 들어 구양수의 문장에 촉발 받아 그려진 작품이다. 그림 자체는 다소 관념적이지만 단원의 다른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중성적 태도가 없고 대신에, 자신의 삶과 처지를 들여다 보는
한 상징적인 분위기가 깊이 서려있다. 단원의 그림에서는 드문 태도이다.
그러니까 변방의 가을은 내가 보고 느낀 일종의 현대적 ‘추성부’ 아니면, ‘추색부’이다.
신안

전라남도 신안군은 섬으로만 이루어진 곳이다. 그것도 진도나 완도처럼 큰 섬이 중심이 되고 부속도서가 있는 방식의 행정구역이 아니라 그만 그만한 섬들이 모여 있는 군이다. 통계에 따르면 72곳의 유인도, 무인도 932곳 모두 합쳐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안선의 길이는 1735kM이고 2개의 읍과 12개의 면으로 되어있다.
신안군은 예전부터 우리나라의 변방이었고 유배지였다. 십여년 전 쯤 오랜만에 방문했을 때 기이한 경험을 했다. 어려서부터 너무나 잘 알던 모든 곳들이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게 보였다. 익숙한 낯설음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느낌은 지난 기억과 지금 보는 현실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음을 뜻한다.
신안군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들은 가거도, 흑산도, 홍도, 증도... 소금, 염전, 뻘, 김 .. 따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전시는 이러한 이미지들에 대한 증폭이나 예찬, 비난 이 아니라 일종의 다시 보기의 시도이다. 방송과, 다큐멘터리와 연속극 들이 놓치거나 빠뜨린 변방에 대한 삶과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자 분석이다. 그 기록과 분석은 시각예술에서도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의 대상인 섬이라는 변방에 대한 탐색이자 개인적인 장소적 애착이기도 하다.
오쇠리

오쇠리는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고강동이다. 그러나 이 중성적 진술에는 오쇠리가 김포공항 바로 옆, 겨우 담 하나를 두고 바싹 붙어 있다는 사실이 빠져 있다. 국가 권력과 시스템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분할한 공간을 뜻하는 주소는 사실을 담고 있지만 진실은 없다.
김포공항 바로 옆에 붙어 있기 때문에 항공기 소음이 대단한 곳이다. 김포공항이 생긴 이래 그 끔찍한 소음 아래서 마을 사람들은 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고, 그에 따른 항의와 대책의 요구가 계속되었다. 그 결과1987년 4월 10일 오쇠리는 항공기 소음피해 1종 지역으로 결정되었고, 서울지방항공청과 부천시가 협약하여 마을 사람들을 이주시키고 그곳을 공원이나 골프장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순간적인 폭발력은 낮지만 지연성이 대단히 강한 무슨 특수 저강도 폭탄을 맞은 것처럼 페허가 되어가고 있는 마을이 주는 놀라운 인상 너머에는 한 마을이 폐허가 되가는 일이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일종의 상징이자 지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작한 작업이다.
은평 뉴타운

은평 뉴타운은 서울 특별시 은평구 진관내,외동과 구파발동 일대에 걸쳐있다. 통일로가 지나가는 곳이므로 간단히 말해 서울 북쪽 외곽 끝 즉, 변두리이다. 내가 은평 뉴타운에 대한 사진을 찍고 관심을 가진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동네와 길들을 바라보며 농촌 분위기와 도시 변두리의 분위기 사이에 있는 이 기묘한 공간을 느긋하게 탐색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 때가 2002년 무렵, 실제로 틈틈이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갑자기 뉴 타운 계획이 발표 되었다. 뉴 타운이 발표 되자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의 하나는 뉴 타운 계획이 발표되기 이전에 찍은 모든 사진들의 맥락이 완전히 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실의 변화가 사진의 맥락을 바꾸고 사진을 다시 편집하고 위치를 전환 시켜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개발적 상상력-시골스러운 변두리 동네를 쓸어버리고 아파트를 짓는다는 토목공사적 상상력이 사진적 상상력을 훨씬 앞질러버린 것이다. 때문에 뉴 타운 이후의 사진은 결국 뉴 타운에 대한 우연한, 의도하지 않은 기록 사진의 성격을 띠고 말았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든 간에.
청주- 일곱 마을의 도시

2013년 여름 부터 2016년 초 까지 내가 카메라를 들고 돌아본 청주는 일곱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마을들은 성안골, 시장들, 무심천, 오래된 청주공단과 오창과 오송, 미천리와 두모리, 수암골, 상당산성과 청주 근처의 유원지이다. 물론 청주가 이 일곱 개의 마을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리 없지만 나는 청주가 가진 시간과 공간의 구조를 그렇게 나누기로 했다.
청주는 여러 층위를 가진 도시였다. 오래된 구도심은 여전히 도심지 역할을 하지만 거기를 조금만 벗어나면 청주의 시간은 과거로 되돌아간다. 농촌 마을들과 최근에 형성된 고속 터미널 부근의 신시가지, 구 공단과 오송, 오창의 새 공단은 서로 다른 시간축에 있었다. 공간도 다르지 않았다. 건물의 밀도, 부의 축적 정도, 인구 분포 등의 사회과학적 데이터를 들지 않아도 이름은 청주라고 불리지만 완전한 전통 농촌 마을들에서부터 첨단 공단에 도시에 이르는 공간의 스펙트럼은 아주 넓었다. 공간과 시간을 축으로 하는 두 개의 스펙트럼은 서로 겹치면서 청주의 중층적 구조를 이루는 것이다.
부산

처음 부산 산동네 사진 찍으려고 갔을 때 놀란 것은 집과 마을의 다양성, 그리고 좁은 공간을 탁월하게 이용하는 효율성이었다. 사실 이렇게 먹물 묻은 말로 표현하기가 미안하고 쪽팔린다. 산동네를 구성하고 있는 집들을 생존의 건축, 혹은 집짓기의 밑바닥, 원초적 건축, 한국과 부산의 현대사가 모조리 응축되어 있는 공간이자 건축 따위로 이를 수는 있으리라. 하지만 그 말들은 진짜 집과 건물, 계단과 길들이 보여주는 경이적인 아우라를 표현하는 데는 턱도 없이 모자란다. 아니 애초부터 말로 이를 수 없는 곳에 집과 마을들이 있다.
집들이 모여 있는 스펙터클한 풍경이 아니라 개별적인 집의 생김새, 건축의 방식, 거기에 스민 이른바 공간 형성의 의지를 찍으려 들자 장비가 약간 달라져야 했다. 좀더 해상도 높은 카메라와 망원 렌즈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값비싼 장비들을 쓸 생각도 능력도 없었다. 2000만 화소 정도의 디지털 카메라와 저가 헝그리 렌즈로 한정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아직도 내게는 고가 장비로 사진을 찍는 것, 즉 사진의 해상도나 기술적 정밀함에 대한 짜증이 있는 것이
이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한강시민공원

2001년 버스를 타고 여의도를 지나는 길에 벚꽃 축제를 보고 버스에서 내렸다. 한강시민공원 잔디밭에는 가족, 친구, 친지, 직장 동료들이 군데군데 모여 먹을것들을 펼쳐놓고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뛰고 구르고 연을 날리고, 연인들은 손을 잡고 걸었다. 이게 뭘까. 낯설었다. 먹이를 찾아 내려온 철새 떼 같았다. 마침가방 안에 카메라가 있었다.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되도록 낮은 앵글로.
꽃 옆에서 사진을 찍는 정체불명의 젊은 여자 아이들도 찍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들놀이도 찍고 가족들도 찍었다. 이렇게 해서 한강시민공원, 놀이의 시간과 공간을 담았다. 물론 그것들은 자본과 권력에 의해 유예된 시간과 공간이다.
황학동

사진 촬영지는 주로 청계 팔가 황학동 시장 뒤 쪽의 재개발 지역이다. 오래된 낡은 아파트와 무허가 주택과 단독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설 곳이다. 때문에 이 공간은 바로 앞에서 전개되는 청계천 복원 사업과는 전혀 방향이 다르며, 폐허가 된 아파트, 넘쳐나는 쓰레기, 파괴된 건물, 아직 떠나지 못한 거주민들로 이루어지는 풍경을 낳는다. 그 풍경의 내부에 청계천으로 대표되는 모든 갈등과, 욕망과, 혼란이 들어있다.
산업, 금융 자본을 대표하는 건물들이 서 있는 종로, 을지로와 만나는 곳에서 시작해서 기계와 공구, 패션 의류, 시장 의류와 기타, 헌책방을 거쳐 황학동 고물시장에 이르는 길이 바로 우리의 현실을 공간으로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복개된 청계천 자체의 구조 또한 마찬 가지이다. 강물은 어두운 지하로 안보이게 썩어서 흐르고, 그 위층에는 사람들과, 차와, 상품들이 얽혀 있고, 고가에는 차들만 다니는 입체적 구조 역시 세로축으로 현실을 재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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