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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 JEHUN

광부 사진가 전제훈은 본인의 삶의 터전이자 일터가 사진의 주제이자 핵심이다. 광부가 광부를 찍은 것이다. 더러 탄광촌과 광부의 삶을 기록한 사진가는 있었지만 광부인 사진가는 없었다. 전제훈의 사진에서 날것 그대로의 작업 현장이 묻은 기록의 생생한 묵직함을 봤다면 그것은 막장에서 40여 년 넘게 광부로 일하며 촬영한 노동의 힘이 전달된 것이다. 전제훈의 사진은 미화된 서정주의가 아니라 현장의 예리한 시각으로 ‘그곳에 그렇게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담아낸다. 삶의 현장에서 작업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사진이고 내용이고 시각이고 형식이다.

학력

강원대학교 자원공학 전공

개인전

2022 <묻히지 않은 기억> / 태백석탄박물관

2021 <증산보국> / 파크 / 경북 문경

2021 <증산보국> / 갱스 / 충남 보령

2021 <증산보국> / 소아르 / 전남 화순

2021 <빛을 캐는 광부> / 금보성아트센터 / 서울

2020 <광부Ⅱ-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 태백문화예술회관 / 태백

2019 <광부Ⅰ-검은 영웅들> / 태백문화예술회관 / 태백

2017 <Black Mascara> / 철암탄광역사촌 / 태백

2016 <The Starry Night & Milky Way> / 태백문화예술회관 / 태백

그룹전

2023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 대구

2022 <마지막 광부들> / 서울포토페스티벌 / 예술의전당 / 서울

2021 <KP21 우리 하나> / 원주치악예술관 / KT&G 상상마당 / 서울

2020 <풍경의 소리> / KT&G 상상마당 / 춘천

2019 <사진적 리얼리티> / 강릉시립미술관 / 강릉

2019 <강원국제예술제 특별전> / 홍천미술관 / 홍천

2018 <강원국제비엔날레> / 강릉 녹색지대 / 강릉

2018 <동강국제사진제> / 영월사진박물관 / 영월

2017 <동강국제사진제> / 영월사진박물관 / 영월

2017 <흐르는 땅 태백> / 철암 레지던시 / 철암

출판

광부Ⅲ 마지막 광부들 (사진집/눈빛출판사)

경동 상동광업소 기록집 (사진집/사진예술출판사)

광부Ⅱ -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사진집/윤진출판사)

광부Ⅰ - 검은 영웅들 (사진집/전천후디자인출판사)

_마지막 광부들
마지막 광부들

1975년 겨울, 중학생이었던 나는 어느 작은 규모의 탄광에 근무하는 태백의 형님댁을 방문했다. 수학여행 경비를 얻기 위함이었다. 비포장도로의 검은 탄 먼지가 날리는, 1개 동에 4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탄광촌 사택이었다. 시멘트 블록으로 지어진 연탄 부엌이 있는 작은 방 두 칸에 공동 우물이 있는 광부 사택이었다. 저녁이 되어 퇴근한 형님의 얼굴은 검은 눈에 흰 동공과 하얀 이만 보였다. 그때의 검은 얼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1983년, 20대가 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태백의 한 탄광에 입사하게 되어 형님의 모습과 똑같은 광부의 모습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때 내가 입사한 곳은 규모가 조금 큰 탄광으로, 회사 목욕탕이 있어 광부들은 씻고 퇴근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공동 빨래터 등 광부 사택의 불편함이나 찐득한 검은 하천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자 기억이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라질 운명의 탄광 현실을 맞았다. 나름 검은 모습의 내 얼굴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마지막 광부’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막장에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공동체로 살아온 동료들과 이별의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때로는 조명 없이 안전등의 길고 가는 빛 한 줄기만으로 그들의 모습을 담는가 하면, 함께 일하며 웃고 밥 먹고 목욕 등 일상의 모습을 수없이 사진으로 담아왔다. (…)
SELECTED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