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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 KYUDONG

대학시절에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줄곧 고시원에 머물렀다는 심규동 작가는 고시원을 주제로 운명처럼 사진 작업을 한다. “고시원에 살면 집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미니멀한 삶을 살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가진 사진 기술을 활용해 주거 공간으로써의 고시원을 알리고 싶었죠. 그리고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개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고시원 사진을 찍게 됐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인 만큼 매일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고, 머무는 사람들의 사연도 제각각이다. 작가가 직접 고시원에 머물려 촬영한 <고시텔>은 고시원의 생활 환경을 낱낱이 드러내며 많은 파장을 낳았다.

개인전

2017 <고시텔 : The room, no exit>, 국회의원회관, 서울

단체전

2023 <다시, 사진으로!>,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20 <유리도시> 전주국제사진제 기획전, 전주현대미술관, 전주

2018 <안녕! 민주주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서울

2017 <공존의 스펙트럼, 그 경계와 바깥> 서울사진축제, 서울시립미술관 SeMA창고, 서울

출판

2017 고시텔 눈빛사진가선44 (눈빛출판사)

_고시텔
고시텔

나에게 고시원은 희망이었다. 서울 생활을 해보겠다고 무작정 고향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고시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고시원은 원래 고시생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거주 형태로 시작했지만,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면 살 수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 사실은 그곳에 머물던 나에겐 당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처음 본 사람에게 “저 고시원 살아요.”라고 말했고, 그는 “고시 준비 중이에요?”라고 되물었다. 나는 기분이 언짢았다. 마치 내 공간이 부정당한 듯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내가 이런 보편적인 반응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고시원에 고시생만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 계기로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고시원을 찍기 시작했다. <고시텔> 작업은 10개월간 고시원에 거주하며 진행했다. 사람들과 친해지고 사진 촬영을 허락 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촬영은 셔터 스피드만큼 한순간이었다. 나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부감으로 찍었다. 부감 촬영이 좁은 공간을 보여주기에도 적합했다. 사람들에게 촬영 전 천장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내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같은 멘트를 하고, 타이머를 누르고 방문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모두 다르게 포즈를 취했다. 촬영하며 친해질수록 내가 이 사람들을 이용한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나는 경제적, 심리적 한계에 도달했고, 계획보다 앞서 작업을 중단했다. 그때는 이 사진을 모두 불태워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이 사진은 너의 것이 아니고 공공의 것’이라는 선배 작가의 말로 인해 세상에 보이게 되었다. 부감 사진만으로 보여주고 싶었지만 사진 작업이 부족하여 다른 사진들까지 포함했다. 결과적으로 더 풍성해졌다. 전시하고 기사가 나면서 고시원에 살거나 살았던 사람들의 연락을 받았다. 위로받았다고 했다. 그들은 <고시텔> 작업으로 일상의 큰 변화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이 고시원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면서 유대감과 비슷한 마음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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