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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포토아카이브

PARK KIHO

박기호는 <TIME>, <FORTUNE>, <FORBES> 등 세계적인 잡지에 사진을 게재했고, 유수 기업 사진을 촬영하며 주목을 이끌었다. 2007년에는 인물 사진에 오브제를 덧붙여 3차원적 사진을 시도한 <photography and. Texture> 연작으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2008년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전역에 늘어난 빈 점포를 촬영한 <Everything Must Go> 연작을 보스턴과 뉴욕에서 선보인다. 그 후 한국에서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추억을 가지고 철거되는 재개발 지역의 빈집’을 4년 동안 촬영했다. 이 작품들은 2016년에 <What we left behind> 라는 제목으로 프랑스 리슐리유에서 전시 됐다.

학력

뉴욕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 사진전공

뉴욕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 석사졸업

개인전

2021 <Time Line> / 서이갤러리 / 서울

2018 <고요한 경계> / 한미사진미술관 / 서울

2008 <Everything Must Go> / 뉴욕 & 보스턴

2007 <photography and. Texture> / 와이트월 갤러리 / 서울

_고요한 경계
_COVID 19_세브란스 코로나 병동의 기록
고요한 경계

<고요한 경계>는 철거를 앞둔 재개발 지역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 동안 촬영한 시리즈이다. 이 작업의 배경은 서울 돈의문에서 시작해 미아동, 북아현동을 거쳐 길음동으로 이어진다. ‘고요한 경계’란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재개발 지역으로 묶여 구분되어 버린 이 지역들의 ‘물리적 경계’를 의미하고, 그로 인해 어느새 철거민들의 삶에 드리워진 ‘시간의 경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고요한 경계>는 ‘사라진’ 과거의 흔적이지만, 발견한 삶의 흔적들 즉, 피사체와 맺었던 경험 속에 ‘남아있는’ 기억과 추억의 자국이기도 하다.
COVID 19_세브란스 코로나 병동의 기록

세브란스 병원 코로나 병동에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마치 달나라에 도착한 우주인이 된 기분이었다. 영화 에서 정보원들이 ET가 있는 집에 침투할 때 큰 통로를 통해 우주복 같은 걸 입고 들어가는 장면이 저절로 연상되었다. 그동안 병원 다큐멘터리 촬영을 많이 해 본 나로서는 코로나 병동이라고 해서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곳은 내 상상을 초월했다. 아마도 방호복 때문일 것이었다.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는 모든 의료진과 관계자들은 모두 서너겹의 방호복을 갖춰입었고, 눈에는 커다란 고글까지 썼다. 그래서 병동 안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병동 안에서의 행동도 보통 병실과는 완전히 달랐다. 모든 것이 너무도 조심히 이루어졌다. 방호복을 입고 일하는 모습이 내 눈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아니, 이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의료진들이 즐겁게 웃으며 일하는 모습은 차라리 경이로웠다. 그것은 육체적인 힘도 정신적인 힘도 아닌 다른 어떤 힘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에 걸쳐 이루어진 촬영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나는 의료진들에게 “힘들지 않아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힘들고 지친다’는 답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이렇게 답했다. “COVID19으로부터 환자분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보호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이 특별한 병동에서 일하는 그들의 프라이드를 짐작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나는 5인 이상 집합 금지 같은 조항에도 불평하곤 했는데,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을 본 후 그런 불평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일제 강점기로부터 한국전쟁, 1960~70년대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이트가 있다. 그때는 선교사나 기자들이 아마도 무심히 찍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 그 사진들은 기록을 넘어 역사가 되고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코로나 병동을 기록한 이 사진들도 지금은 별 볼 일 없겠지만, 10년 혹은 20년 후에 후손들이 이 사진을 보며 ‘우리가 코로나를 겪는 동안 이런 의료진들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진을 찍는 일은 내 생활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위험한 일을 왜 하느냐고 하지만, 나는 신이나서 나 스스로 자원해서 코로나 병동 사진을 찍었다. 세브란스에서 돈을 주고 시켜도 내가 신이 나지 않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팬데믹을 이겨내는 현장에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한다.
SELECTED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