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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포토아카이브

KIM WON

김원 작가는 경기도 벽제에 있는 기독교 수녀원 ‘동광원’을 14년 동안 기록한 전시 <동광원, 열 네 번의 봄>과 사대강 사업을 사진으로 치밀하게 촬영한 『흐르지 않는 강』(눈빛출판사)으로 세간을 주목을 이끌었다. 사대강 사업, 동광원,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 등 오랜 시간과 공력, 소통이 필요한 사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개인전

2019 동광원, 열네번의 봄, 갤러리 꽃피다

단체전

2022 2022 제2회 서애로 아트마켓, 갤러리 꽃피다

2022 콘텐츠브릭스 리틀 아트 페스티벌, 을지로전파사&을지로 예술공장

2020 필동 거리사진전, 갤러리 꽃피다

2017 한겨레 사진마을 작가마당 단체전, 갤러리 꽃피다

2012 인권연대 사진전, 후지포토

2009 인권연대 사진전, 인권연대

출판

2018 피안의 사계, 눈빛

2014 흐르지 않는 강, 눈빛

연재

2016~2017 한겨레신문 행복사진관 연재

2015~2021 한겨레신문 사진마을 연재

_쪽방 사진사
쪽방 사진사

쪽방 사진을 시작한 지 만 13년째다. 그동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방문했으니 천 번 이상 갔을 것이다.
처음에는 쪽방 가난한 사람들을 찍으러 갔다. 몇 번 가고 끝낼 것이라 생각했다. 사진을 찍고 돌아가려는 나에게 쪽방에 사는 분이 물었다. “언제 또 와요?” 얼떨결에 다음 주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그 다음 주에도 그분은 똑같이 물었고 나는 똑같이 대답했다. 대답은 약속이 되었고 약속이 이어지는 사이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정이 들었다. 천 명 넘는 분들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나를 아는 분들은 많다. 늘 반갑게 인사한다. 먹을 게 있으면 나눠준다. 음료수 하나, 사탕 하나라도 기어코 손에 쥐어준다. 카메라를 거부하는 분들이 언제부턴가 자주 사진 찍어달라고 한다. 고맙고 감사하다.
돈이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빵이나 라면이 아니었다.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아무도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투명인간 취급했다. 자선의 대상일 뿐이었다.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분들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나는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분이 자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인화된 사진을 보면서 물었다. “이게 나인가요? 내가 이렇게 잘 생겼어요?” 자기 사진을 처음 본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 생긴 줄 알았으면 지금처럼 살지는 않았을텐데…” 자기 사진을 보고 자기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이었다. 그 다음부터 그분은 나를 볼 때마다 어디에서나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여름 어느 날 붉은 색 겨울 파카를 입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채 어두운 쪽방 복도에 서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그분 사진은 병원 영안실 냉동실에 누운 모습으로 끝난다.
가난한 모습, 병든 모습, 비참한 모습에 본능처럼 움직이는 일차원적인 카메라를 제어해야 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그분들의 이야기를 찍고 싶었다. 가난의 이면에 음각된 깊은 상처를 찍고 싶었다. 내면을 찍고 싶었다. 쪽방에 사는 것은 개인의 잘못 때문이라는 ‘비쪽방촌’ 사람들에게 쪽방의 실상을 웅변하고 싶었다. 가난하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는 쪽방 분들에게는 연민의 위로가 되고 싶었다.
내 사진의 독자는 두 부류이다. 쪽방의 열악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은 비쪽방인들과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위로받을 쪽방인들이다. 노력하지만 상충되는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만일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쪽방인들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분들과 함께 할 것이고 그분들의 사진을 찍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쪽방 사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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