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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IN KYOUNG

이진경 작가는 (2017) 시리즈부터 최근작 <진경산수(盡景山水)>까지 일회용 비닐봉지를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장을 볼 때마다 쏟아지는 비닐 포장재를 모아 촬영한 사진이 이고 이후 검은 비닐봉지로 시리즈를 완성한다. 작가는 농촌의 논과 밭에 버려진 비닐 봉투가 쌓여 검은 물결을 이루는 것을 보며, 썩지 않는 비닐봉지에 갇혀 숨죽여 살아가야 하는 땅과 농작물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과잉 소비와 무분별한 일회용품 남용이 만들어낸 검은 소비의 풍경이 바로 <진경산수盡景山水)>를 이루게 된 것이다. 언뜻 보면 안개가 자욱한 신비롭고 평화로운 풍경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검은 비닐이 몸부림치며 불길한 상황을 무겁게 드러낸 작품이다.

학력

2018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전공 석사졸업

1992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시각디자인과 졸업

개인전

2021 <人往製色圖>, 예술지구_p, 부산

2020 <The Black: 진경> 헤이리갤러리움, 파주

2019 <Project: BLACK after home sweet home> 갤러리노마드, 여수

2017 <Home, Sweet Home> 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단체전

2021 <여덟 번 째 방문자들>, 예술지구_p, 부산

2021 <부산 레지던시 대전>, F1963, 부산

2021 <광부이야기>, 호랑가시나무, 광주

2021 <다시만난 사물>, 신세계갤러리, 광주

2021 <Clash of Images>, K.P 갤러리, 서울

2020 <2020 예술하라 - 충주>, 168아트스퀘어, 충주

2020 <2020 예술하라 - 서울>, 팔레드서울, 서울

2020 <Photospace UM 개관전>, 사진공간 움, 수원

2020 <RAW Gallery & Studio>, RAW Gallery, 파주

2020 <사물과 정신>, 류가헌, 서울

2018 <얼굴보다 작은>, 아트스페이스 플라스크

2016 <2016 POST PHOTO>,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15 <틈>, 자문밖문화충전소, 서울

_진경산수(盡景山水)
_Home sweet home
진경산수(盡景山水)

예로부터 산은 경이로우면서 포근했다.
검은 비닐봉지는 모든 것을 덮고 은폐한다.
어떤 추악함도 기꺼이 감싸주지만 그렇다고 비닐봉지를 아끼는 이는 없다.
일회성과 지속성이 공존하는 비닐봉지 산이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일회용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 중의 하나.
귀함과 흔함, 찰나와 지속, 무위와 유위의 불협화음에서 나온 풍경은 서럽다
어느 날 TV에서 작은 동산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여주며 '쓰레기 산’에 불이 났다고 했다. 재활용업체가 쓰레기를 산처럼 쌓아놓고 잠적했다. 버려둔 '쓰레기 산’은 쓰레기가 썩으면서 생기는 가스 때문에 계속 불이 나고 악취가 나는 마을의 골칫덩어리가 되었다, 그렇게 버려진 '쓰레기 산’이 전국에 200여 곳이 넘는다고 한다. 오늘도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가 우리의 산과 들로 스며들고 있다. 우리의 욕망만큼 쓰레기가 늘어가고, 산과 들은 욕망의 쓰레기를 품고 앓아간다. 인간의 멈추지 못하는 욕망의 크기만큼 '쓰레기 산’이 오늘도 자라나고 있다.
시리즈를 통해 나의 삶 한구석에 스며들은 검은 비닐봉지는 이제 어디에서나 내 눈에 들어왔다. 한강 공원의 산책로에서도, 해변의 모래톱 사이에도, 등산길의 쉼터에서도, 검은 비닐봉지는 불쑥불쑥 눈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검은 비닐봉지들이 유령처럼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검은 비닐봉지를 모아 작업을 시작했다.
검은 비닐봉지를 다시 일으켰다. 부처처럼 성모상처럼 서 있던 검은 비닐봉지가 이제 내가 오르내리던 뒷산이 됐고, 겸재가 그렸던 비에 젖은 인왕산이 됐고, 박연폭포가 됐다. 그리고 어머니의 고향인 남쪽의 섬이 됐다.
무심코 바라본 아름다운 우리 산과 들, 그리고 바다가 푸른 빛으로 쓰레기를 감추고 있듯이, 언뜻 보면 수묵 산수화 같은 풍경화은 우리가 감춰둔 어두운 비밀을 품고 있다. 검정 비닐봉지의 검은 내부로 시간과 비밀을 삼킨다. 그 안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감추고, 이제 슬픈 비밀을 품은 풍경이 되었다. 겸재가 그렸던 진경산수(眞景山水) 속 우리의 풍경은 이제는 비밀을 품은 진경산수(盡景山水)가 되었다.
2020. 5. 이진경
Home sweet home

은 매일 음식물을 사고 그 포장재를 재활용하기 위해 모으는 일이 일상인 주부라서 시작된 작업이다. 어느 날 장을 좀 많이 본 날이 있었는데 포장재를 벗기다가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장을 본 물건을 다 정리하고 보니 먹기 위해 산 물건과 포장재 부피가 비슷한 것을 발견하고 도대체 내가 이 비닐 포장재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기록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사적 아카이브라고 생각하고 매일 비닐을 날짜별로 모아서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걸 한 달 단위로 묶어서 일 년 동안 사용한 비닐을 기록했다. 처음 몇 달은 이미지의 변화가 별로 없어서 삶이 참 단조롭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작업 중에 아버지의 암 투병으로 간병을 시작하면서 내 쓰레기 일기도 변화가 시작됐다. 일 년 동안 징그럽게 많은 라면을 먹었던 것이다. 늘 시간 부족에 시달리며 허둥지둥 살던 내 모습 같았다. 그렇게 음식물을 사는 과정에서 모아둔 비닐 중에는 재래시장에서 반찬이나 고기 등을 살 때 담아온 검은 비닐 봉지가 많이 생겼다. 그건 다른 비닐봉지가 가진 상표와 유통기한 같은 것이 없는 익명의 물건이었기에 따로 모아 촬영을 했고, 그것을 모으고 겹쳐 나가는 과정에서 검은 봉지가 가진 다양한 서사와 상징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SELECTED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