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인간
나는 길거리에 나뒹구는, 비닐봉지, 혹은 어딘가에 쓰인 채 바람을 비를 뙤약볕을 견디는 장막의 미세한 주름 따위에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셔터를 누르는데, 그 순간, 한없이 연약한 어떤 인간성을 응시하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터질 듯이 채워진 봉투가 길가 어딘가에 쌓여있는 것을 보면, 마치 평생 꾸역꾸역 모은 온갖 욕망의 찌꺼기를 짊어진 채 폐기된 우리 자신을 연상하게 된다.
낡은 것, 오래된 것, 곧 사라져 갈 모든 것들, 장소나 사람이나 만물에 똑같이 적용될 그 운명 앞에서 오늘의 삶을 이어가는 모든 존재가 애처롭긴 마찬가지다. 선정적인 간판을 내건 부동산, 로또를 사러 걸어가는 노인, 높이 쌓아 올린 짐으로 위태로운 배송 오토바이, 그들의 등은 외롭고,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다.
내게 사진이란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는 매체이기에 쇠락의 과정이 더 예민하게 감지되는지도 모르겠다. 위대한 기념비로 남아 수백 년을 지켜낸들, 삶이 영원하겠는가. 인간도, 동물도, 돌멩이도 우리는 모두 사라지는 중이다. 언젠가 새것이 들어서겠지만 낡은 자리에 여전히 살아있는 아름다움을 남기고자 거칠고 순박한 삶의 모습들을 거침없이 마주할 수 있는 재래시장을 즐겨 걷는다.
장이 끝날 즈음 가판대엔 장막이 드리워진다. 열린 상점을 기웃거리며, 스산한 시장을 걸을 때, 저무는 해가 뿌린 빛으로 거리는 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