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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포토아카이브

PARK JUNGKEUN

박정근의 <해녀보다 빨리 늙는 바다>는 실제로 빠르게 오염되고 있는 바다 생태계를 해녀와 카메라의 눈으로 제시하고 있다. 변화의 추이가 사진에 확연히 드러난다. 전복과 문어가 숨을 수초가 사라지면서 해녀의 시름도 깊어간다.

개인전

2020 <入島祖/입도조>, 파파사이트, 제주

2019 <入島祖/입도조>, KT&G 상상마당 갤러리, 서울

2016 <잠녀>, 로터스갤러리, 파주

2012 갤러리룩스 신진작가 지원전, 서울

2012 <나를 구성하는 공간>, 토요타포토스페이스, 부산

단체전

2021 <수집된 방>, 스튜디오126, 제주

2021 <다시 돌아, 그린 봄>, 제주국제평화센터, 제주

2021 <어떤풍경>, 4.3미술제, 제주

2020 <우도9경>, 마을 공공프로젝트, 제주

2020 <여전이 남겨진 기록>, 스튜디오126, 제주

2020 <거룩함의 거룩함>, 예술공간이아, 제주

2020 <각별한, 작별한, 특별한>, 제주현대미술관, 제주

2020 < 바뀐 일상과 바뀌지 않은 풍경>, 토마 갤러리, 대구

2018 <이아실록>, 예술공간이아, 제주

2018 <제10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전>,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2018 <백마이너스삼십>, 아트 스페이스C, 제주

2018 dépaysement (박정근&전은숙 2인전), EntrepotGallery, 호주

2018 <섬과 바람의 서사>, 예술공간이아, 제주

2018 △, □,○... 무한한 대화(고승욱&박정근 2인전), 스페이스22, 서울

수상

2017 10th KT&G SKOPF  올해의 작가상 수상

레지던시

2019-2020|제주현대미술관 레지던시, 제주

2018 Arts Tasmania Residency, 호바트,호주

2018 제주문화재단 이아레지던시, 제주

_거기까지만, 친구.
_해녀보다 빨리 늙는 바다
거기까지만, 친구.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 자리를 넘겨버렸다. 연일 뉴스와 신문에서는 코로나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내가 알고 싶지 않아도 확진자 수를 확인시켜준다.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일터에 나가는 일상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낯선 제도에 맞춤 당했지만, ‘K-방역’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움의 대명사가 되었다. ‘K-방역’의 빛나는 성과는 ‘일상적인 일상’을 포기할 만큼 고분고분한, 정말 이전부터 아직까지도 그런, 나와 내 친구들이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고분고분함을 배우고 익혀 순종적 몸을 갖게 된 우리들은 코로나가 만들어낸 새로운 사회와 지침에도 순종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순종성의 기저에는 공포가 깔려있다. 내가 감염되어 아플까봐 겁나는 것이 아니다. 바이러스 감염의 공포보다 더 무서운 건 내가 혹여 숙주가 되어 어제 같이 저녁을 먹었던 친구와 아들에게, 내가 사는 원룸의 201호 대학생에게, 어렵게 나에게 용역을 맡겨준 발주처 임원에게, 작년에 심장판막 수술을 하신 엄마에게, 이 망할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이다. 높아지고 길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속에, 안전거리를 지키자는 친구들의 묵시적 호소와 경계가 느껴진다. 집을 나서면 마주치는 마스크를 쓴 모든 이들의 얼굴에 공사현장 접근 금지 표식이 붙어있는 것만 같다. ‘폐섬유화’인지 뭔지 후유증도 심하다는데. 나 역시 오늘 동선이 ‘분 단위’로 남김없이 까발려질까봐, 오늘 나를 품어주고 내가 품어주었던 그 사람들에게 내일 난데없이 몹쓸 민폐가 될까봐, 경고등을 켠다.
친구, 오늘은 우리 거기까지만.
해녀보다 빨리 늙는 바다

고아이던 자신을 거두어준 양부모에게 배워 어릴 적부터 시작한 물질이었다. 상군이 되어가면서 전복이며 문어를 ‘잡는 재미’가 쏠쏠했다. 물질이 재미지던 이유는 잡는 게 많아서였다. ‘잡는 재미’는 귤밭이며 감자밭을 한 평, 두 평 사 모으는 재미였고, 마침내 번듯한 내 집을 짓게 되던 날의 재미였으며, 자식 공부시켜 장가보내면서 호꼬만하나마[작지만] 집 한 칸 장만해주던 재미였다.
어릴 적 떼를 지어 바다로 자맥질해 들어가 혹여 물숨
이라도 들이켤까 곁을 지켜주면서도 서로 누가 더 많이 잡을 새라 다투어 물질하던 벗들이 시집가고 도시에 취직하면서 하나 둘 바다를 떠났다. 벗들의 수가 줄어가자 바다에 남은 해녀는 바다를 독차지할 수 있었다. ‘잡는 재미’가 더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들뜨기도 했다. 해녀라는 직업이 이전처럼 천하게 여겨지지 않으니 딸에게도 ‘잡는 재미’를 곱절로 물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해갔다. 해녀는 바다의 것을 거두어다가 세상의 발전에 장단 맞추어 살림을 늘려 나갔다. 그런데 매일 바다로 내려가 마주하는 바다밭이 조금씩 휑해지는가 싶더니 ‘잡는 재미’가 영 덜해졌다.
앞으로 물질을 30년은 더 할 수 있을 거라며 팔십 먹은 해녀가 오십 먹은 해녀를 부러워한다.
“삼춘, 진짜 30년 물질할 꺼?”
“나는 하고 싶은데, 나보다 바다가 빨리 늙어 못할 거라. 세상이 발전하는 만큼 바다는 늙어가더라.”
“딸한테 물질 시킬 꺼?”
“나는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잡는 재미로 하는데, 잡는 게 없어서 재미가 없어 못시킬 꺼. 천한 직업이라서가 아니라.”
해를 거듭하며 해녀 얼굴에서는 주름이 무성해지고 기미가 거뭇함을 더해간다. 그보다 빠른 속도로 바다 속 땅은 수초가 사라지면서 희멀건하게 밋밋해져 전복과 문어가 몸을 숨길 그늘이 없어졌다. 해녀는 ‘잡는 재미’를 잃었고, 우리는 해녀와 함께 미래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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