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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 HONGBEOM

“없는 사진이 없는 사진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사진을 촬영하는 안홍범에게 사진과 삶은 하나인 듯하다. 굴업도, 만재도로부터 정선과 DMZ까지, 그의 카메라에 담긴 풍경은 고요하고 아름다워, 오로지 사진 같은 사진이 되었다.

학력

1963년생

신구대 사진과졸

개인전

2020 B급기억-이토록평화로운, 인크루미술관

2010 시간의뒤편, 류가헌갤러리

1993 나-원, 파인힐갤러리

1990 탄천, 한마당화랑

단체전

2010 봄봄전, 류가헌갤러리

1988 다섯사람사진전, 경인미술관

출판

이색마을 이색기행<실천문학>

솜씨마을 솜시기행<실천문학>

사라져가는 서정과풍경<웅진출판>

_고천암호
_굴업도
_만재도
_송광사
_정선
_증도 염전
_추자도
_DMZ
고천암호

새벽어둠이 가시기 전에 고천암호에 도착했다.
어렴풋이 동쪽에서 여명이 올라오고. 찬 호수 위로 스멀스멀 물안개가 피기 시작한다.
기러기 몇 마리가 수면을 스치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렇게 고천암호의 아침은 시작이 된다.담수호와 주변 넓은 농토는 철새들의 식량창고 이고 호숫가 넓은 갈대밭은 겨울 철새들의 안락한 보금자리다.
주변 비옥한 땅은 인간의 삶의 터전이라면 담수호는 그 외 생명체들의 생명줄인 것이다.
해남은 참 풍요로운 곳이다. 산과 들과 바다가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어 늘 풍요를 누리게 해 준다.
촬영은 아침이 오기 전날 오후부터 시작이됬다. 너른 들에서의 오리 떼의 군무와 농부들의 바지런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다음날 새벽 동이 트기 전 고천암호 호숫가에서 다시 시작됬다.
촬영 키워드는 안개와 새다.
보일 듯 사라지는 산과 들, 그 위로 피어오르는 안개, 그리고 그 속에서 날갯짓하는 철새들의 퍼덕임.
늘 촬영 가기 전이면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이 있는데, 언제나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의외성에 더 기대하면서 떠나는지도 모른다.
굴업도

덕적군도 내에 있는 작은 섬.
한때는 민어 파시가 크게 형성되어, 수많은 배들로 섬 전체가 흥청거렸던 섬이었다.
최근엔 핵폐기장이며, 어느 대기업의 리조트 개발이니, 하는 것으로 본의 아니게 유명 해졌다.
요즘엔 백패킹 객들의 입소문을 타서, 그들 사이에선 성지로 불릴정도로, 사랑받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섬이 참으로 아름답다.
구부정한 초지 언덕이 그렇고, 리아스식 해안으로 이뤄져서 경관이 수려하다.
초지에 방목해놓은 꽃사슴이, 오랜 세월 번식을 해서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눈이 마주친다.
뭐니해도 섬의 백미는 해 질 녘 노을과 새벽의 비현실적인 색에 있는 것 같다.
그려서도 찍어서도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색의 움직임이 아닐까 한다.
가기 전 상상했던 것 보다, 굴업도 바다는 더 깊고 화려했다.
밤바다는 고요하고 새벽 바다는 분주하다. 그래서 그리 큰 파시가형성됐었나보다.
사진은 늘 풍경 앞에 압도당하곤 한다.
만재도

뱃길로 가는 가장 먼섬.
먼 만큼이나 배 타는 시간이 고역이다.
‘내가 왜 만재도를 간다고 했을까, 하는 후회를 수없이 되뇔 때쯤이면 뱃머리 저 멀리 흑산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흑산도를 거쳐 상태도, 하태도, 가거도를 들려야, 비로서 만재도로 향하게 된다.
각 섬에 배를 댈 때마다, 배 안의 사람은 그만큼 줄어들고, 배 밖은 사람들을 태우러 온 작은 배들로 시끄럽다. 목포를 거쳐 들어오는 사람들은 주민들뿐, 낚시꾼들은 주로 진도를 통해서 들어온다. 가깝게 고생을 덜 하고 빨리 들어온단다.
만재도에서의 시간은 많지않았다. 일박하고 다음 날 나가는 거라, 숨 없이 섬을 헤집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얘기며 듣고 찍었다. 연세 많으신 할머니가 대부분이고, 젊은 아낙들은 물질하러 근처 바닷속에 들어가 있다고 한다. 주로 바다에서 건지는 해산물은 다시마와 미역이다. 섬의 주 소득원이고 실제로 만재도 다시마는 비싸게 육지로 팔려나간다.
바다에 잡을 고기가 많아서인지, 저물녘 섬 주변은 등을 환하게 밝힌 고깃배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섬은작고 돌은 많고 사람은 적고, 살기에 그리 녹록지 않은 섬인데, 그나마 이러한 불리한 조건들을 상쇄시킨다.
송광사

늘 송광사를 들어서면 느끼는 게 되는 게 있다.
‘참 절답구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내로나 하는 삼보사찰 중 승보 사찰이다. 그런데도 번잡함이 없다.
처음 이 절 작업을 시작한 지가 4월이면 정확히 한 해가된다. 4계절을 지나면서 다양한 변화를 느꼈지만 늘 새롭고, 흥분된다. 주변 자연이 그렇고 절 또한 그렇다.
절을 찍는다는 건 어찌 보면 같은 수행승의 마음가짐일 수도 있겠다. 절은 늘 그렇게 내게 알 수 없는 화두를 던져준다.
시시각각 변하는 절의 모습은, 자연 그 자체다.
절에서 이루어지는 행사 또한 절기가 바뀌듯 그렇게 흘러간다.
송광사는 승보 사찰이다.
16 국사를 배출한 우리나라 최고의 선종을 이끄는 중심사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절과 달리 스님들을 위한 절이다. 그래서 작업의 방향 또한 좀 더 서정적으로 풀어가자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계속될 절 작업의 방향은 처음 그대로일지는 몰라도, 팔색조처럼 변화무쌍한 게 자연이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흥분된다.
정선

오랜 세월 넘어온 강원 정선엔 이제는 광부는 살지 않는다.
검은 산과 검은 내 그리고 검은 석탄이 날리던 탄광촌은 사라졌지만, 멈춰선 탄광은 그 시절 삶을 오롯이 간직한 체 박물관이 되었다. 그리고 검은 먼지 날리며 석탄을 실어 나르던 산 비탈길은 야생화와 눈꽃이 만발한 산책 코스로 사랑받기 시작했다.
만항재를 기점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운탄고도가 시작되는 출발점이기도 하거니와 겨울에 피는 아름다운 상고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엔 80년대까지 활발히 탄을 캐던 그 시절을 쫓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대 국가 자본으로 웅장하게 솟은 하이원리조트와 그 지역주민들의 읍내 도시 재생사업을 카메라에 담았다.
운탄고도의 트래킹 객들과 하늘을 담고 있는 도룡뇽 연못, 그리고 광부의 시대를 그대로 연출해 놓은 구공탄 시장과 주변 벽화 거리를 찍었다.
한번 망가진 자연은 쉽사리 회복하질 못한다. 훼손하는 시간보다 몇 배의 긴 시간이 필요하고 큰 노력과 돈이 들어간다.
촬영할 때마다 느끼는 거는 역시 인간은 자연에 조금도 도움이 되질 못 한다는 거다.
증도 염전

증도는 염전이다.
그게 있어 몇 번의 촬영차 들른 것이고, 또 가게 될 것이다.
단일염전으로는 국내 최대라는 수식어보단, 일단 섬 자체가 아름답다.
증도를 처음 촬영 갔을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섬 들어가는 다리가 생기기 전이였으니 꾀나오래 됐을 것이다.
그때는 갯골 사이로 난 수로를 따라, 배가 오가며 사람들을 실어 나르던 때였으니, 아마도 2000년대 전이였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도초도와 비금도를 촬영할 때 함께 촬영해서 소개했던 것 같다.
그 후 섬을 들어가는 다리가 놓이고, 짱뚱어 다리니, 리조트니, 하는 것들이 생겨서, 많은 관광객으로 붐벼 번잡스러운 섬이 됐지만, 아직은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있고, 유네스코 생물 보전지역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자연이 잘 보존돼 있다.
아마도 증도는 앞으로도 계속 촬영이 이어질것같다.
오래전에 촬영했던 염부들의 모습이 아닌, 현재의 생활을 다시한번 촬영하고 싶다.
추자도

추자도는 전남 해남 과제주도 사이에 있는 추자군도, 40여 개의 유 무인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촬영을 한 계절은 여름이다.
배가 섬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주변 바다는 해무로 뽀얗게 덮여있다.
섬 촬영이 늘 그렇듯, 한 바퀴 휘 돌아본
다음, 구체적인 촬영 일정을 머릿속에 그리곤 한다.
아주 오래된 습관이다. 그래야 풍경의 시간이며 사람들의 습성 이런 것들을 대충이나마 가늠 해 볼수있기 때문이다. 하추자도와 상추자도 사이에, 다리가 놓여있어, 차로 천천히 돌아도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낚시꾼들이 많이 찾던 섬이였는데 요즘은 올레길을 걷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18키로 정도로 걷기 적당한거리의코스가 잘 정비도있다. 바닷가를 끼고 도는 코스라 제법 풍경이좋다.
해안을 걷다 보면 몇 개의 작은마을을 만나게된다.
마을앞엔 여지없이 ‘할망바당,이 있다 . ’할머니의 바다,라는 제주토속어다.
수심이얕은 마을앞 바다에 수산물을 채취할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인공 바다 일터다.
비교적 먼바다에 있는 섬이라, 갯바위에 각종 해초들이 풍부하고, 야생화도 흔히 볼 수 있다.
DMZ

가장 평화로운 곳 휴전선.
강원도 고성에서 서쪽 끝 강화도까지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155마일 전쟁터다
미소 양국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그어진 38선이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휴전선으로 바뀌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2016년 여름. 우리 답사팀은 2박3일에 걸쳐서 휴전선을 고성 금강산 전망대부터 강화도 위 교동도까지 가로질러 돌아 보기로 했다.
판문점은 한미연합사의 지원으로 촬영할 수 있었고, 대부분 촬영은 관광객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판문각 옆 환경탐방로는 일원이 돼서 함께 걸으며 촬영했다.
가는 곳곳 풍경마다 여기가 남북이 총부리를 겨누며 대치하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평화롭고,
전망대나 땅굴 견학에서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긴장감을 더 잊게 해준다.
남북 방 한계선 양측으로 우뚝 솟은 소초와 가로놓인 철책이 휴전선임을 알 수 있게 해주고, 철원 평화전망대에서 본 궁예가 세운 옛 태봉의 궁터가 아직도 어렴풋이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동서로 가로놓인 250킬로미터 남북 4킬로미터, 이곳는 어찌 보면 우리에게 강제로 하늘이 내려준 생명의 보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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