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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포토아카이브
Curator’s Note
Kim-Chung Won | 김 충 원
Yun-Keong Hee | 윤 경 희
Park-Sun Ju | 박 선 주
<대기발령상태>는 지난 2013년에 세 명의 사진가(김충원, 박선주, 윤경희)와 함께 ‘문래동’을 기록한 사진들을 책과 전시로 묶으며 정한 타이틀이다. 10년이 흐른 후, 2022년 12월에 ‘EPA Exhibition’ 갤러리에서 다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버추얼(Virtual) 전시 특성을 고려해 작가의 시각이 부각할 수 있도록 작가별로 배치를 하였다. 서울의 단층이 확연히 드러나는 문래동은 철공인들의 공방 곁에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들어서며 묘한 대비를 이뤘다. 2013년이나 지금이나 오래된 철공소와 카페, 선술집, 공방, 작은 갤러리, 밥집…이 조붓한 골목을 사이에 두고 우후죽순 들어서며 재개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낯설고 익숙한 풍경이 길항한다. 골목 끝으로 새롭게 들어선 아파트와 높은 빌딩들이 에워싸고 있어, 높은 곳에서 보면 문래동은 마치 섬처럼 고립되어 보인다. 언제 사라질지(살아날지) 모를 문래동은 여전히 ‘폐기와 대기’의 상태에서 가까스로 스스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김충원 작가는 문래동의 사적공간과 공적인 공간이 무화 되어 일터와 삶터가 구분 없이 이어지는 골목‘길’이자 앞‘마당’인 소로(小路)에 이끌린다. 골목을 걸으며 마을의 바깥을 살피고 다시 바깥에서 골목 안을 바라보고 더 먼 곳으로 나가 동네를 휘돌아 보기를 수 차례, 김충원은 문래동 가로수에 매달린 구멍 뚫린 나뭇잎 뒤로 계속 변화하는 파편적인 구름 이미지를 통해 문래동을 상징적으로 가시화한다. 윤경희 작가는 문래동의 무늬를 찾았다.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은 철 자제의 무늬와 곳곳에 새겨진 아티스트들의 흔적들, 작은 갤러리에서 꿈틀대는 창작의 열의에 이끌리게 된다. 건축가인 윤경희에게 이러한 풍경은 익숙할 터, 수집하듯이 이미지 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도상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문래동을 도시의 ‘빈 중심’으로 포착한 박선주 작가는 어둡고 적막한 가운데 그 자체로 놓인 사물들과 포장에 주목한다. 박선주의 사진 속에는 분명히 지나가는 빛들의 궤적이 있고 겨우 드러내는 사물의 표면이 있다. 주로 철공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래동이 재개발 되더라도 어쩌면 끝까지 남아 있을) 오브제로, 근대 초기에 파리의 댄디(dandy)들이 느리게 거리를 산책하며 어떠한 속도에도 휩쓸리지 않는 사물들을 주워냈듯, 문래동의 골동품들을 수집해냈다.
김충원1
김충원2
김충원3
김충원4
김충원7
김충원8
김충원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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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원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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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1
박선주2
박선주3
박선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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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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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15
견고한 모든 것은 연기처럼 허공으로 사라진다.
사진으로 말하는 엔지니어 사진가 김 충 원
‘문래동 예술촌’, ‘예술과 철공이 공존하는 곳’, ‘죽은 공간이 아름다운 예술 공간으로 승화된 곳’. 대부분 언론에서 문래동을 소개하는 문구들은 비슷하다. 재개발의 계획 속에 서울에 남아있는 마지막 철공 단지, 쇠퇴한 이 공간에 예술가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 하지만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1960년대 산업화 시절 철재상가와 공장들로 세워진 이 견고함의 위상은, 연기처럼 허공으로 사라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과거의 흔적을 싹 밀어내고 높은 빌딩을 지어 올리기에 바쁜 사회,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있는 빌딩 숲 사이로 마치 분지처럼 문래동은 남아있다. 이 시대의 욕망도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지만, 철공장의 쇠를 자르며 튀어 오르는 불꽃과 소음들은 강건하기만 하다.
빈 중심
사진으로 글 짓고, 사유하는 박 선 주
(…)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땀으로 얼룩진 노동의 현장,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것들이 자동화된 이 시대에 많은 부분 육체의 힘을 요구하는 작업을 하는 현장을 미학적으로 해석하는 일에는 일종의 죄책감이 따른다. 그럼에도 카메라 렌즈를 더 가까이 들이대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그들의 삶을 어설피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그리고 고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그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치밀고 올라오는 죄스러움, 동시에 그들의 느리고 힘든 노동에는 그들 나름의 보람과 기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일구어가는 문래동 철공인들에 대한 존중감 때문이었다. 카메라의 눈과 함께 내가 본 문래동은 시대의 급속한 흐름을 거스르는 저항과 침묵의 장소, 역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고스란히 감지되는 그러한 곳이었다. (…)
메꼬네쌍스 meconnaissance
도시 공간 디자이너 윤 경 희
모든 것이
뚝 딱 뚝 딱
변해간다.
강철도, 시멘트도
도시도, 사람도

뚝딱뚝딱
쏜살같이 달려가는 시간 속의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