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예술촌’, ‘예술과 철공이 공존하는 곳’, ‘죽은 공간이 아름다운 예술 공간으로 승화된 곳’. 대부분 언론에서 문래동을 소개하는 문구들은 비슷하다. 재개발의 계획 속에 서울에 남아있는 마지막 철공 단지, 쇠퇴한 이 공간에 예술가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 하지만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1960년대 산업화 시절 철재상가와 공장들로 세워진 이 견고함의 위상은, 연기처럼 허공으로 사라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과거의 흔적을 싹 밀어내고 높은 빌딩을 지어 올리기에 바쁜 사회,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있는 빌딩 숲 사이로 마치 분지처럼 문래동은 남아있다. 이 시대의 욕망도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지만, 철공장의 쇠를 자르며 튀어 오르는 불꽃과 소음들은 강건하기만 하다.
(…)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땀으로 얼룩진 노동의 현장,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것들이 자동화된 이 시대에 많은 부분 육체의 힘을 요구하는 작업을 하는 현장을 미학적으로 해석하는 일에는 일종의 죄책감이 따른다. 그럼에도 카메라 렌즈를 더 가까이 들이대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그들의 삶을 어설피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그리고 고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그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치밀고 올라오는 죄스러움, 동시에 그들의 느리고 힘든 노동에는 그들 나름의 보람과 기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일구어가는 문래동 철공인들에 대한 존중감 때문이었다.
카메라의 눈과 함께 내가 본 문래동은 시대의 급속한 흐름을 거스르는 저항과 침묵의 장소, 역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고스란히 감지되는 그러한 곳이었다. (…)
모든 것이
뚝 딱 뚝 딱
변해간다.
강철도, 시멘트도
도시도, 사람도
뚝딱뚝딱
쏜살같이 달려가는 시간 속의 이미지